며칠 전 장인 어른이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다. 수년간 몸이 좋지 않으셔서 모두가 마음의 준비도, 절차의 준비도 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비는 부족하다... 그런데, 시골에서 일들이 진행되어 그런지 우려스러운 일들이 꽤 많았다... 우리 집에서 몇 달을 모시고 계셨다가 몸이 더 많이 나빠지셔서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치매 환자를 집에서 모시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 투성이였기 때문. 요양원에서 몸상태가 꽤 회복되었다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그러다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토요일에 시골로 내려갔다. 시골 병원은 설마 다 이럴까? 요즘 병원을 가보면 모두가 잘 알다시피 통제의 연속이다. 면회 같은 건 사실상 꿈도 못 꾸고 간병인도 단 한 명만 ..
발단은 익스트림무비의 글 "노틀담의 어느 주점, 2차 대전 당시와 현재 모습"이었다. 이 글엔 아래와 같은 두 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2차대전 당시 대일본제국과 더불어 양대 전쟁범죄국가인 나치 독일군이 노틀담을 점령한 모습이라는 것 같다... 노틀담에 하이네켄 맥주라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2차대전 나치놈들 사진을 일단 따로 저장하고... 비교적 현재의 사진도 따로 저장... 이 두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지만, 완벽하게 같은 지점은 아니다. 이 두 사진의 좌표를 맞추기 위해서 간단하게(응?)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서 돌려본다... 이렇게 해서 현대의 사진과 정확히 좌표가 일치하는 사진을 만들어냈다... 두 장의 사진을 겹친 뒤에 일부를 날리면 아래와 같은..
산지 두달도 안 된 NOTHING ear(1)이 동작을 하지 않았다. 무선충전기 위에 장시간 올려두었더니 열이 많이 발생했는데, 아마도 그 때부터 맛이 가고 있었던 것 같다. 유선 충전기에 연결해도 아래 처럼 램프가 들어오지 않았고... 혹시나 다른 무선 충전기 위에 올려봐도 증상은 마찬가지였다. 갑갑해서 절차에 따라 AS 요청을 했다. 처음에는 기계 번역 메시지가 응답을 줬는데, 바로 다음 메일부터는 사람이 응답을 했다. 아마도 불필요한 스팸 메일 등을 필터링하는 절차인 듯. 교환인지 환불인지를 선택하라고 해서 두말 않고 교환을 선택.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 굳이 환불할 생각은 없기 때문. 절차에 따라 시리얼 번호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보냈고, 택배 기사님이 오셔서 제품을 수거해가셨다. 그리고 ..
불세출의 축구 스타 차붐이 처음 독일에서 활동할 때 유일하게 입맛에 맞는 요리를 찾은 게 학센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독일식 족발 같은 것... 나도 독일에 출장이나 여핼 갈 때 종종 사먹었던 음식이다. 심지어 짱이 생일 때도 가서 먹었던... 최근에 거제에 일이 있어 몇달간 내려와서 일을 하는 중인데, 무려 학센을 제대로 하는 식당이 여기 있었다. 학센을 먹으려면 역시 됙일 맥주를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사장님께서 리덴부르거(Riedenburger)를 추천해주셔서 바로 주문. 밀맥주인데, 자주 먹던 에르딩어보다도 더 묵직한 맛이 일품이다. 이윽고 나온 학센. 보통은 3인 메뉴로 주문하는데, 혼자 온 나에겐 특별히(?) 좀 작은 놈을 저렴하게 만들어주셨다. 학센은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교과서다. 겉은 바삭해..
지난주 목요일(4.29)에 코로나19 노쇼(No-show, 예약부도) 백신을 누구나 맞을 수 있다는 소식이 공지되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대상자가 아니라도 맞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소식을 보자마자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이후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쾌속 진행. 1. 4.29(목) - 13:15 병원에 전화함, 그렇지 않아도 이 건으로 회의 중이며 14:00에 전화 다시 달라고 함 - 14:00 병원에 전화 다시 함, 예약자 명단에 신속히 추가 2. 4.30(금) - 16:25 병원에서 전화 옴, 5분 내 와야지 맞을 수 있다고 해서 포기... 1시간 걸린다고 대답 - 16:40 쌔한 기분에 조퇴해서 일단 병원 근처로 가보기로 함 - 17:05 ..
2021.04.10 - 정삼각형 내부의 정삼각형의 면적은? 2/3 근대을 열어제친 그 위대한 데카르트가 창시한 해석기하학은 기하학을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옮겼다. 천재적인 직관을 필요로 했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다원 일차 방정식의 알고리즘 세상으로 끌고 내려와버린 것이다. 지난 포스팅들에서 다뤘던 문제 역시 훨씬 더티한(?) 분석도 가능해졌다. 예컨데, \( 1:2 \)로 내분했을 때 외에도 \(r:1-r\)로 내분했을 때의 정삼각형의 넓이는? 도 손쉽게(?) 풀 수 있는 것이다. 이전과 같이 세 꼭지점의 좌표를 각각 \( A(0, 0), B(6, 0), C(3, 3 \sqrt{3} ) \) 이라 하자. 그럼 대변의 \( \frac {1}{3} \) 지점의 좌표들은 각각 \( D(3 + 3r, 3 \sq..
2021.04.09 - 정삼각형 내부의 정삼각형의 면적은? 1/3 이전 글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해 삼각형 내부의 삼각형의 면적을 구해봤는데, 결국 2% 부족한 답이 나왔다. 답은 맞는데, 그 답이 왜 맞는지를 완벽하게 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해석기하학으로는 훨씬 더 쉽게 답을 낼 수 있다. 세 꼭지점의 좌표를 각각 \( A(0, 0), B(6, 0), C(3, 3 \sqrt{3} ) \) 이라 하자. 그럼 대변의 \( \frac {1}{3} \) 지점의 좌표 들은 각각 \( D(4, 2 \sqrt{3}), E(1, \sqrt{3}), F(4, 0) \)이다. \( \overleftrightarrow{AD} \)의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 y = \frac{\sqrt{3}}{2}x \) \..
국내 최초, 세계 최강, 우주 최강 수학 팟캐스트 에 몇년 전에 나온 문제를 이제야 도전해봤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정삼각형의 각 꼭지점에서 마주보는 변의 \( \frac {1}{3} \) 지점에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정삼각형의 넓이는? 일단 문제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바깥 정삼각형과 안쪽 파란색 정삼각형의 넓이의 비를 묻는 문제이다. step1. 일단 파란색을 지운 뒤 최소한의 내용들만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안쪽 삼각형의 꼭지점에서 마주보는 변과 평행한 직선을 그어 삼각형을 하나 그린다. 바깥쪽 삼각형을 \( \triangle ABC \) 라고 하고, 각 대변의 \( \frac {1}{3} \) 지점을 각각 \( D, E, F \) 라 부르기로 한다. 문제의 내부의 삼각형..
집안에 누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장례식 자체도 정신 없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장례를 지방에 내려가서 치렀다는 점... KF 94 마스크도 제대로 쓰고 있었고, 특이한 자각증세도 없었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보건소로 향했다. 다음과 같은 안내문구를 주고, 전화번호만 기록한 채 무기명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하시는 분들의 방호복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 없고, 검사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몇년 전 받아본 독감 검사보다 오히려 수월한 느낌. 거의 만 하루를 셔터 내리고(응?) 집 안에서만 칩거한 뒤 이윽고 모든 가족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부디 백신과 치료제의 접종이 시작되어 코로나19 관련 의료진을 포함한 모두의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매케인 의원은 포로가 됐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된 것이다. 나는 포로가 아닌 사람을 좋아한다. - 도널드 트럼프 2020년 미국의 대선은 어지럽기 짝이 없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실언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 익히 알려져있듯이 고 존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이고, 전쟁 영웅이다. 5년 5개월 가량의 포로 생활 기간동안 고문을 당하였으며, 혼자서 석방되지도 않고, 다른 포로들과 함께 석방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그를 비하하였고, 결국 매케인 의원의 부인은 공식적으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뉴욕 군사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현역 입영 대상이었음에도 두 차례 재검을 통해 면제를 이뤄냈다. 반면, 매케인은 할아버지부터 아들까지 무려 4대가 미..
우리 집 전통에 따라(?) 이번 추석엔 집콕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동네에 양식 새우를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어 1kg을 사 왔다. 살아 있는 새우를 요리하는 법을 따로 익히지 못해 그냥 물로 깨끗이 씻어 바로 요리해버렸다. 일단 새우 라면. 살아있는 새우가 고통을 느끼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끓는 물에 바로 넣었다. 옆에선 소금구이를 위해 굵은소금을 팬에 잔뜩 깔아서 잔뜩 열을 올린 상태였다. 즉각 새우 투척. 시간이 지나고 새우는 익어간다 이윽고 다 익음 맛있다. 데헷. 머리가 구수하지 않고, 좀 쓴 편이라 1% 아쉽긴 했지만, 워낙에 신선하고 살이 맛있어서 대만족.
그동안 사용해오던 삼천리 보일러를 드디어 교체. 이 보일러는 아파트 건축시 장착된 놈이라 10년을 가볍게 넘어가는 연식의 소유자였다. 누수가 심해 확인해보니 더 이상 수리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보일러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기사님께 여쭤보니 삼천리는 보일러를 만든 적이 없고, 이 보일러는 롯데에서 ODM으로 생산한 것이라고… 몇 가지 사실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음. 1. 정부에서는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권장하고, 설치시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콘덴싱 보일러의 고장율이 높은 편 2. 콘덴싱 보일러는 열교환기가 2개라 그만큼 효율은 높으나 고장 발생 개소가 늘어났음 3. 2020년 4월부터는 신규 설치의 경우 콘덴싱 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함 4. 콘덴싱 보일러를 정부에서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유..
언제 썼는지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한동안은 썼던 ipTIME A2004NS. 얼마 전 지인의 네트워크 환경을 보강해주기 위해 보냈었는데, 확인해보니 유무선 모두 고장 상태였다. 칼같은 고장 타이머가 있다는 비아냥을 몸소 증명이라도 하듯 전혀 손 써볼 방도가 없이 고장나버렸다. 혹시나 전원의 문제일까, 혹시 무선만이라도 따로 살릴 수 없을까 등을 고민하며 다양한 시험을 해봤지만, 역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라는 것만 재확인하여 드디어 방출.
최근 소화불량이 좀 잦아서 내과를 가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담석이 너무 많이 자랐네. 잘라냅시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 관련 상담을 받았는데 거기서 받은 결론은 이전에 큰 수술 한 적이 있으면 거기서 하는 게 좋습니다[각주:1]. 그리하여 2년여만에 돌아왔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아무래도 그 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달라서[각주:2]… 열심히 일한 뒤에 조금 일찍 퇴근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 병원식을 먹지 못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었다… ㅠㅠ 병실에서 나를 반겨주는 스마트베드. 2년 전에는 NFC를 찍는 기능이 없었는데, 기능이 추가된 것 같다. 개인정보보호 강화 때문인 듯 하다. 입원 당일은 별일 없이 지나가고, 다음날 바로 수술에 들..
2015/01/04 - 1편의 추억 전설의 서막과도 같았던 KOEI 사의 걸작 1편을 번역하기 전에 먼저 한 것은 를 읽는 것이었다.처음으로 접한 것은 친구 집에 있던 정비석 평역이었으며, 얼마 뒤엔 이문열 평역도 사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 깨달은 것은 오역 투성이의 엉터리 책이라는 것.심지어 같은 대놓고 까는 책이 나올 지경이다… 워낙에 쓰레기라 언젠간 없애려 했는데, 이번에 워낙에 훌륭하신 말씀을 하신 김에 태워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태우려고 하니 태울 곳을 찾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고심 끝에 찾은 곳은 시골 모처의 아궁이…일단 바리바리 싸들고 시골로 향했다.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붙여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이, 불 붙이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지금은 라..
1년 쯤 전에 스피커를 바꿨는데, 역시 마데 인 치나 제품은 뭐가 엉망이라도 엉망.PC 전원을 끄면 낮은 소음이 들리고, 가끔씩 시끄러운 잡음을 내는 등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는 수준이 다른 하품이었다. 결국 1년만에 버리기로 결정. USB 스피커는 아무래도 여기까진가보다.메인 PC에선 로지텍 USB 스피커를 사용하는데, 이 제품도 단종된 분위기.이 스피커들은 USB로 사운드를 직접 받기 때문에 잡음이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상하게 하나씩 단종되고 있다. 이왕 버리는 거 쓰지 않던 마이크도 함께 버리기로 했다.4년 전엔 아이들이 어려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는데, 이제 쓸 일도 없고, 상태도 메롱메롱…
평소 아이들과 마실가는 코스가 둘 있는데, 이번 주말엔 두 코스를 몽땅 돌아보기로 했다.아이들과 갈 때는 각각 2시간, 1시간 걸리는 코스였는데, 아마도 훨씬 더 걸릴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부터 비가 올 예정이었지만, 아침까지 비가 시작하진 않았다.일단 우리의 계획은 비가 오면 그 때 유턴하는 것. 그리고, 8시 정도에 출발했다. 출발 30분만에 벤치에서 쉬며 물을 마시는 아이들… 1시간을 더 걸어가보니 어느덧 코스#1의 반환점을 지나서 코스#2에 접어든 상태…다행인지, 여전히 비는 오지 않았다. 출발한지 2시간이 되니 전체 코스의 중간쯤이 되었다.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이제 비가 오나 안 오나 똑같은 상황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벤치에서 잠시 쉬다가 차 한 대를 ..
이전 글에서 계속… 13. 퇴원 원래 계획은 버스를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것이었다.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타면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데, 근처에 사는 친구가 우리 집 근처로 출장간다며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게다가 마침 동생이 비번이라 병원에서 친구네 집까지 차를 태워줬다. 그 덕분에 안전하게 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모든 행운이 집중되는 듯… 일단 퇴원 당일은 집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집 근처의 병원에 입원했다.무엇보다도 집은 환경 자체가 안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집에선 병원에서 준 진통제밖에 쓸 수가 없어 갑작스러운 진통이 오면 답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2차 병원에서도 두통은 여전했다. 통증 자체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잠을 잘 때는 힘들었다...
이전 글에서 계속… 12. 퇴원 준비 수술한 1월 18일이 월요일이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금요일까지 별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조영술을 다시 받았는데, 이 이후 두통이 더 심해졌다. 조영술을 실시한 의사들은 "와! 역시 오 교수님이네. 혈관 상태 봐."라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지만… 개그 한 토막: 조영술 후에 모니터의 혈관 영상을 보면서 "저게 제 머리인가요?" 하자, "그건 허벅지인데요…" lllorz 그래도 토요일 오전이 되자 통증이 살짝 완화되고, 정신을 조금씩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죽을!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반찬을 제대로 못 먹는 건 비슷했지만. 수술 후 닷새가 지난 이 시점에서야 사진을 찍어 수술부위를 볼 수 있었는데, 수술 부위가 꽤 컸..
이전 글에서 계속… 10. 집중치료실 중환자실에서의 시간은 사실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에서 지나갔고, 하루가 경과해서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집중치료실에 오자 의료진은 빠른 회복을 위해서 가급적 조금씩이라도 걸으라는 얘기를 해줬다. 사실, 이 얘기는 수술 전에도 들은 것이었고, 한쪽 귀로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집중치료실에 와보니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됐다. ㅠㅠ 일단, 밥은 전혀 넘어가지 않는다. 아예 입맛이 없고, 죽도 겨우 반 그릇 정도만 입에 억지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진통제 덕분에 두통은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욱신거리는 건 힘들었다. 게다가, 집도의 선생님의 예언(?)대로 무통주사가 몸에 잘 맞지 않았다. 회복을 위해 억지로 조금 움직이려 걸어보니 구..
이전 글에서 이어짐… 9. 수술 이윽고 수술 당일 아침이 되었다. 수술 시간은 첫 시간인 8시부터.시간이 시간인지라 새벽 일찍 일어났다. 수술 전에 수술 부위에 매직으로 표시를 해뒀다. 여기가 바로 뚜껑이 열리는 그 곳이다…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했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 준비하는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아래와 같은 상황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몽공장님 포스트 "전신마취 전과정에 대한 알기쉬운 설명" 참조.딱 이 포스트에 실린 대로 진행된다. 수술이 끝나면 중환자실로 직행하고, 하루 경과 후에 집중치료실로 간다. 마취는 중환자실에서 깨어나는데, 여기부터가 스펙터클 함. 목에 관을 삽입한 상태에서 마취가 깨어나고 집도의의 지시에 따라 목에 삽입한..
이전 글에서 이어짐… 8. 입원 1월 17일에 이전 포스트에 적은 것들을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수속엔 시간이 꽤 걸렸다. 입원 안내 비디오를 보면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다인실(5인실)이 마침 없어 2인실에 들어갔는데, 방을 같이 사용하시는 분은 이미 개두수술을 하시고 회복하고 계셨다. 입원복으로 갈아입은 뒤 즐거운 마음으로 인증샷 먼저 찍어주시고… 머리를 먼저 감으라면서 샴푸(…)를 주셨다.가만 보니 액체비누에 포비든 요오드를 섞은 것.머리를 두 번 감으라는데, 과연 뻘건 물이 흘러나오고, 머리는 뻣뻣해지는 것이 딱 그러하다… 수술 및 수술 이후에 링거를 꽂을 수 있도록 바늘도 미리 찔러뒀다.참고로, 여기 꽂는 바늘은 금속이 아..
이전 글에서 이어짐… 7. 입원 준비 수술 관련 입원은 10일 정도라고 한다.몸의 상태를 고려해서 약 수술 직후 5일 정도는 고생하고, 이후는 회복되어갈 것이라 자신하며 몇 가지를 준비했다. 수술 후엔 면도를 번잡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니 전기 면도기를 챙겼다.아무래도 얼굴에 면도 거품을 바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고, 전기 면도기가 훨씬 편하겠지… 5일 정도면 무척 지루한 시간이 될 것이라 오랜만에 큐브를 하나 질렀다.그간 사용해오던 큐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폭발도 하지 않는 것으로 샀다.수술을 앞둔 나를 위한 선물. 그동안 새로운 공식을 몇 개 외우려고 생각만 했는데, 닷새 정도면 충분히 외울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밖에 나가서 머리가 추위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모자도 하나 준비했다.디..
이전 글에서 이어짐… 4. 외래진료 (1/2) 소견서를 받아들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예약하려고 하니 너무 오래 기다려야 된다.11월에 예약을 하는데, 오 교수님의 외래진료는 최단기간이 3월… 게다가, 개두수술 보다는 코일삽입술이 몸에 부담이 적을 것 같아 코일삽입술의 명의 권 모 교수님으로 외래진료를 예약했다.그래도 12월로 한 달은 기다려야 했지만, 넉 달보다야 낫지… 한달 뒤… 권 교수님께선 정밀검사 결과를 보자마자 쿨하게 말씀하셨다. 올해 몇 살이죠? 젊죠? 바로 머리 열자. 기대는 무너지고 멘탈이 왔다갔다하는 나에게 몇 가지를 더 설명해주셨다. 1. 코일삽입술만 10년 이상 해왔는데, 이 경우는 코일이 빠질 가능성이 높음 2. 코일이 빠지면 그 다음은 아무도 손 쓸 수 없는데, 애초에 ..
2016.1.18(월)에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처음 검진부터 수술까지 과정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건강검진 2015.11.3(화) 건강검진시 추가 항목으로 경동맥 CT를 촬영했다. 평소 혈압이 좀 있어 의사가 경동맥 CT를 추천했기 때문이었음. 2주 쯤 지나서 검진했던 병원에서 급한 연락을 받았다. 긴급한 상황이니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CT를 촬영한 대상은 경동맥인데, 뇌동맥과 연결되는 부위에서 동맥류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촬영 결과는(경동맥이 아니라) 살짝 흐릿하지만, 신경외과 선생님 두 분의 의견이 비슷해서 일단 수긍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뭔가 무시무시한 것 같고, 그것도 하필 뇌동맥이라 걱정이 두 배… 촬영 결과를 CD로 받은 뒤 정밀 검사를 다른 병원에서 받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