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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퇴원 준비


수술한 1월 18일이 월요일이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금요일까지 별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조영술을 다시 받았는데, 이 이후 두통이 더 심해졌다.

조영술을 실시한 의사들은 "와! 역시 오 교수님이네. 혈관 상태 봐."라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지만…


개그 한 토막: 조영술 후에 모니터의 혈관 영상을 보면서 "저게 제 머리인가요?" 하자, "그건 허벅지인데요…" lllorz


그래도 토요일 오전이 되자 통증이 살짝 완화되고, 정신을 조금씩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죽을!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반찬을 제대로 못 먹는 건 비슷했지만.


수술 후 닷새가 지난 이 시점에서야 사진을 찍어 수술부위를 볼 수 있었는데, 수술 부위가 꽤 컸다.

잘 견뎌낸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죽 한 그릇을 다 먹고 만족한 상태


죽을 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컨디션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였다.

단적으로 입술에 생긴 물집에 차도가 없었다.

평소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의 한두군데의 물집과는 달리 입술 전체에 생긴 물집은 도무지 나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오후가 되자 이전 수준의 통증이 밀려왔다.

어쩌면 조영술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통주사는 이미 뗀 상태라 주사로 진통제를 요청했는데, 결국 더 이상 진통제를 쓰면 안 된다는 수준까지 갔었다. ㅠㅠ


억지로 잠을 청한 뒤, 일요일이 되자 갑자기 차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통증도 줄어들고 드디어 죽도 반찬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저녁엔 밥도 먹을 수 있었고!


그리고 다음날 퇴원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머리가 너무너무 떡져있었는데, 어떻게 감아야 할 지 감이 안 오는 것이다.

수술 부위에 물이 들어가면 절대 결코 네버 안 되고


떡진 머리와 입술 물집에 바른 연고


간호사실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니 병원 내에 미용실이 있다고 가르쳐주셨다.

뒤에 생각해 보니 당연한 얘기. 여긴 암센터, 신경외과 등이 모여있는 곳인데, 모든 환자가 어디 가서 머리를 깎을 리가…


퇴원날인 월요일 아침에 미용실 문이 열리자 마자 간다고 갔는데[각주:1], 이미 만원이다.

암치료 중이라 삭발하러 온 분, 수술부위인 귀 뒷 머리를 깎으러 온 분 등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병실에선 내가 나름 위중한 상태에 속했는데, 여기 와 보니 난 그냥 감기 환자 느낌…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의 "환자에 특화된 미용실"


이렇게 1주일만에 머리를 감은 모습은 대략 이러하다…

몇 시간 내로 퇴원을 해야 하는데, 머리에 실은 박혀있고, 입술 물집은 그대로인 상태…


썩소


실밥은 어디서 제거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집도의 선생님이 부른다.

5분도 안 되어 후다닥 실밥 제거 완료.


실밥을 제거하는 것으로 이 병원에서의 치료 행위는 종료


이렇게 실밥을 제거하고 미리 신청한 서류들을 받는 것으로 퇴원 준비는 사실상 종료됐다.



다음 글에서 계속…



  1. 몸 상태가 워낙 메롱이라 천천히 걸어갈 수밖에 없음 ㅠ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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