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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이어짐…



9. 수술


이윽고 수술 당일 아침이 되었다. 수술 시간은 첫 시간인 8시부터.

시간이 시간인지라 새벽 일찍 일어났다.


수술 전에 수술 부위에 매직으로 표시를 해뒀다. 여기가 바로 뚜껑이 열리는 그 곳이다…


수술 부위, 수술 전 마지막 사진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했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 준비하는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아래와 같은 상황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몽공장님 포스트 "전신마취 전과정에 대한 알기쉬운 설명" 참조.

딱 이 포스트에 실린 대로 진행된다.


https://pixabay.com/photo-540598/ 에서 발췌


수술이 끝나면 중환자실로 직행하고, 하루 경과 후에 집중치료실로 간다.


마취는 중환자실에서 깨어나는데, 여기부터가 스펙터클 함.


목에 관을 삽입한 상태에서 마취가 깨어나고 집도의의 지시에 따라 목에 삽입한 튜브(ㅡ,.ㅡ;)를 빼야 하는데…

마침 응급환자가[각주:1] 있어 마취는 깨고 튜브는 빼지 않아 고통에 시달리는 걸로 시작했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어렵게 신호를 보내 간호사를 불렀지만, 조금만 기다리라는 (절차에 따른) 답변만 들었다. ㅠㅠ


잠시[각주:2] 후 튜브를 빼내고 수술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우선 여기가 어디인지, 이름이 뭔지 그리고, 오늘의 날짜를 묻는데… 날짜가 기억나지 않았다[각주:3].
한참을 고민한 끝에 머리 속에 맴도는 년도는 199x….

천 구백… 천 구백… 만 힘 없이 읊조리고 의료진은 달라붙고… 하는 상황이 진행됐다.


한참 뒤에 간호사가 2016년이라고 가르쳐줬는데, 그 다음은 몇월인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또 타임머신 타시고 2016년 8월 정도라 주장… ㅠㅠ


어렵사리 날짜 테스트가 지나가고 다음은 후각 테스트.

에틸알콜이라고 답하자 그렇게 답하는 사람 처음 봤다면서[각주:4] 가볍게 테스트를 통과함.


다음으로 무통주사 사용법을 듣는 것으로 수술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끝났다.


이윽고 와잎님이 들어오셔서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짓게 되자 심리적으로도 안정돼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중환자실에선 면회시간이 극히 짧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지만…


수술 부위가 커서 그런지 가래가 무척 많이 나왔고, 간호사는 가래가 나오면 계속 기침해서 뱉어내라고 했다.

문제는 기침 자체도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것. ㅠㅠ


그리고, 입원 준비물 중 한 가지를 드디어 유용하게 써먹기 시작했다.

바로 빨대 달린 물병.



사실상 거의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 간호사나 와잎님께 부탁해서 물을 채워 쪽쪽 빨아먹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즉, 잠자기 → 가래 뱉기 → 물 마시기의 무한루프…


중환자실에 있으니 별별 위중한 환자들이 다 있었다.

(병명은 모르지만) 어린 아이가 옆 침대에 있었고, 계속 자신을 죽여달라고 고함치던 청년은 막 대학교에 합격한 고3인데, 졸음운전 택시에 교통사고…

근처에서 근무하는 동생도 와줬는데, 애가 이제 돌이 되어가는 동생은 그 아이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와잎님은 그 청년의 어머니와 얘기를 계속 나눴고…


중환자실에서는 도뇨관도 삽입한 상태라 움직일 일도 거의 없고 움직일 정신도, 기운도 없었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하루를 지낸 후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1. 이 병원에 오는 응급환자들 상태가 장난이 아닌지 나는 두 번이나 뒤로 밀리는 일을 겪음. ㄷㄷㄷ [본문으로]
  2. 지금 보면 약 2-3분 정도인 것 같은데, 그 때는 영원한 지옥의 고통 느낌… [본문으로]
  3. 이 때 정말 무서웠음. 수술했다는 상황은 기억이 나는데 날짜가 기억이 안 나다니… [본문으로]
  4. 보통은 알콜이라고만 한다고 하는데, 난 메틸알콜부터 만났던지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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