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집중치료실
중환자실에서의 시간은 사실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에서 지나갔고, 하루가 경과해서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집중치료실에 오자 의료진은 빠른 회복을 위해서 가급적 조금씩이라도 걸으라는 얘기를 해줬다.
사실, 이 얘기는 수술 전에도 들은 것이었고, 한쪽 귀로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집중치료실에 와보니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됐다. ㅠㅠ
일단, 밥은 전혀 넘어가지 않는다.
아예 입맛이 없고, 죽도 겨우 반 그릇 정도만 입에 억지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진통제 덕분에 두통은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욱신거리는 건 힘들었다.
게다가, 집도의 선생님의 예언(?)대로 무통주사가 몸에 잘 맞지 않았다.
회복을 위해 억지로 조금 움직이려 걸어보니 구토가 올라온 것이다.
가뜩이나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다 올리고나니 결국 수액으로만 연명하는 신세…
와잎님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수술 부위 주변 전체가 아주 많이 부어있다.
특히, 수술 부위 주변인 오른쪽 눈은 한방 제대로 맞은 것 같은 분위기.
11. 병실
집중치료실에서 하루를 지낸 후에 일반병실(5인실)로 이동했다.
기대(또는 방심?)와는 달리 일반병실에 와서도 몸의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여전히 밥은 못 먹었다. 이건 퇴원 직전까지 계속됐는데, 밥을 두끼밖에 먹지 못했다.
동생 장모님께서 생강차를 달여주셨는데, 정말 병원 입원 기간에 먹었던 아니, 평생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입원기간에 유일하게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통증 문제도 계속됐다.
먹는 진통제와 더불어 무통주사를 병행해야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는데, 여전히 걸을 때 구토가 올라옴. ㅠㅠ
하는 수 없이 무통주사를 떼고, 필요시에 진통제 주사를 요청했다.
문제는 무통주사와 달리 일반 진통제 주사는 원할 때마다 계속 맞을 수 없다는 것. ㅠㅠ
또, 평소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입술에 물집이 생겼는데, 수술 후에는 입술 전체에 물집이 다발적으로 생겼다.
약을 사서 계속 발랐지만, 애초에 몸 자체가 사실상 작살난 상황이라 노답…
이러다보니 정성들여(?) 준비한 물품들은 대부분 아예 쓸모가 없었다.
특히, 패드 거치대… 이건 가방에서 나온 적도 없었다. 하루 종일 진통제 달고 자는데 무슨…
그나마 루빅스 큐브는 가끔 돌려보기는 했다.
원래는 공식 몇 개를 익히겠다는 목표로 산 것이었는데,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