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멀티버스가 뇌절까지 온 시점에 아예 "모든 스파이더맨"을 끌고 나와 정면승부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잘 뽑아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수작이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1편부터 잘못 번역됐었는데, "스파이더버스"를 "유니버스"로 번역했었다. 원래의 제목은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던 모랄레스가 스파이더버스에 편입된다는 뜻을 내포했는데, 그 맛이 사라져버렸다.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본 작품은 전작을 보고 나서 보면 더욱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수많은 스파이더맨 사가를 집대성한 작품 답게 온갖 스파이더맨이 다 튀어나오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일단 시각적으로도 훌륭하고 작품 자체로서 재미도 굉장하지만, 애매한 돈즈니형 PC..
MCU 페이즈 4의 두 번째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마블 코믹스 동명의 작품/캐릭터인 샹치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마블의 다른 장르/문화와의 결합이 이제 아시안계 캐릭터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기존 영화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완전히 걷어내고 동양적 정서에 집중한다. 아콰피나가 연기하는 케이티의 가족은 동양인(중국인) 이민 1.5~2세대 정도의 정서를 꼼꼼하게 묘사한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세대와 전통에 무관심한 세대가 함께 사는데, 그 무관심한 자녀도 중국 이름을 갖는 설정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웬우와 샹치의 관계도 이 흐름과 함께 한다. 웬우 캐릭터는 천년을 살아온 전통 그 자체이고, 샹치는 전통을 버리고 독립하는 젊은이를 상..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캡틴 데드풀이 2년만에 돌아왔다. 전작에서 연인 바네사와 아름다운 사랑을 이뤄내고야 만 수퍼 히어로 데드풀이 돌아왔다. 전작에선 수많은 패러디, 유혈낭자, 성인개그 등을 통해 데드풀 다운 러브스토리를 보여주더니, 이번엔 비슷한 방식으로 가족영화를 찍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전편을 감상해야 한다. 전편을 보지 않으면 왜 재미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오프닝 액션(007 영화로 치면 프리 타이틀 액션) 장면이 지나가면 주제곡이 나오는데, 주제곡 씬은 그냥 통째로 [007] 영화의 패러디다. 이 점을 알고 주제곡 씬을 보면 음악을 듣는 내내 폭소가 터질 지경이다. 셀린 디온의 아름답고 진지한 노래는 오히려 웃음을 더 키워준다. "Beat i..
[데드풀 2]가 개봉했다.이로서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에서 데드풀을 세번째 연기하게 되었다.그렇다. 두번째가 아니다. 세번째다. 처음으로 연기했던 장면은 일베방송MBC에서 잠시 보여줬다.다름 아닌 [복면가왕]에 특별출연 했을 때 그를 소개하던 화면에 띄워진 바로 그 장면이었다. [엑스멘 탄생: 울버린]은 무려 울버린의 몸에 아다만티움이 이식되는 내용이 들어가는 영화임에도 사실상 흑역사로 남은 영화이다.울버린-세이버투스 형제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알 수 없으며, 프로페서는 돌연변이가 돌연변이를 죽여대는데 아무 일도 안 한다. 그리고, 데드풀이 나오긴 하는데, 굉장히 괴상하게 나온다. 용병인 웨이드 윌슨은 칼을 엄청나게 잘 써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모두 막아냄은 물론… 심지어 반으로 갈라 뒤에 ..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10주년을 기념[각주:1]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 얘기를 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마블은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고, 2008년 4월 말에 [아이언맨]을 공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겨우 만들어진 이 영화는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부활작이 되었고,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3개월 뒤에 DC 측의 걸작 [다크 나이트]가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결과를 기록한 영화가 되었고, [아이언맨]은 잊혀질 것 같았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10년 동안 MCU에서는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페이즈 3까지 진행되면서 [인피니티 워]를..
[블랙 팬서]는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와칸다 왕국은 국적에 상관 없이 흑인들이 꿈꾸던 백인에 의해 침탈당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이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이상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묘사한다. 오프닝부터 나키아가 흑인 여성 인신매매단과 맞서 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빌런으로 나오는 킬몽거는 전 세계에서의 흑인의 해방을 꿈꾸고 이를 실현하려 든다. 트찰라의 고민도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 아프리카의 와칸다가 국제 평화를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 계속 숨는 것이 더 나은가. 킬몽거가 미 해군사관학교(아나폴리스)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라는 설정 역시 이러한 이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은 생..
이미 많이들 언급되었다시피, 스파이더맨이 마블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난 우여곡절이 있었다. 포니 캐논, 캐롤코 등의 손을 거쳐 소니까지 가는데만 해도 많은 법정 다툼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유능한 감독이 떠나는 일도 있었다.소니와 마블 픽쳐스가 손 잡은 것 역시 [어스파]의 뜨뜻미지근한 평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샘 레이미, 어스파 모두) 순수한 단독 히어로물로 구상되어 제작되었다.이에 따라 아직은 미숙하지만 책임감 강한 고등학생 수퍼 히어로라는 원작의 코드 중에 살릴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점을 주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피터 파커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책임감도 있지만 세상일에는 미숙하다.세상을 구한답시..
스포일러 경고! 글 여기저기에 스포일러가 담겨있는 포스팅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저스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2를 사실상 정리[각주:1]하는 영화다. 그런데, 페이즈1의 캐릭터들을 총출동시키며 서로의 관계를 정리했던 [어벤저스]에 비해서 뭔가 많이 어색하다. [어벤저스]의 매력이라면 서로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모여서 티격거려가며 힘을 합치는 그림 자체였다. 그런데, [어벤저스2]는 그런 거 없이 처음부터 힘을 합치고 시작하다보니 제목 자체가 뭔가 어색하다. 물론, 이미 힘을 합쳐본 인물들이 또 합치는 게 뭐가 어색하냐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잇는 영화다. [윈터 솔져]에서 정체가 드러난[각주..
[엑퍼클]은 엑스멘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시키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이 영화 이후 매튜 본 감독은 다시 [킹스맨]을 흥행시키며 재능을 다시 한 번 뽐낸다. 그런데, 이 감독의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다름 아닌, 여성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 너무나 평면적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엑퍼클]과 [엑데퓨]에서 미스틱에 대한 두 감독의 접근을 보면 뚜렷하게 볼 수 있다. You're an exquisite creature, Raven. All your life, the world has tried to tame you. It's time for you to be free. 넌 아름다운 피조물이야, 레이븐. 평생 세상이 널 길들이려고 해왔을 뿐이야. 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즌2를 정리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분명히 세계관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공유하는데, 이 영화는 기존 영화들과 뭔가 많이 다르다.기존 시리즈들은, 기본적으로 원톱 히어로물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처음부터 팀 전체가 주인공이다.게다가, 주무대가 지구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우주가 주무대인 스페이스 오페라다. 각각의 팀원들이 어떤 과거와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지를 매우 빠르고 간략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발군이다.이 부분이 간략하게 진행된 덕분에 본문에 해당되는 내용을 충실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기존 세계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존재론적인 진지한 고민은 덜하다.반면에 조금 더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또한, 영화의 전체적 코드가..
스포일러 주의!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간을 8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6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엑스멘3]의 감독직을 미루고, [수퍼맨 리턴즈]를 감독한다.이 때 그의 목표는 클래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오프닝… 그는 [수퍼맨 리턴즈]의 오프닝을 [수퍼맨: 더 무비]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그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싱어는 [엑스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엑데퓨)의 오프닝을 [엑스멘](2000)의 그것과 유사하게 구성했다.이 오프닝은 이 영화의 목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모든 전작들을 [엑스멘]으로 복귀시킨다는 것. 이 영화의 목표는 지난 6편의 [엑스멘]/[울버린] 시리즈를 하나의 흐름에 연결해 [엑스멘]으로..
캡틴 아메리카가 돌아왔다. 다소 미적지근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정치 스릴러와 수퍼 히어로 영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그리고,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준다. 1. 정치 스릴러 + α 애초에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이후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통해 지금의 캐릭터 즉, (패권주의가 아닌) 이상적인 애국심을 상징하게 됐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쉴드 내부의 거대한 문제를 통해 자신의 애국심을 시험받는다. 단순하게 국가와 조직에 충성을 다하며 보수적으로 싸워나가던 그가 조직 자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타장르와 절묘하게 혼합하며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점은 여러모로 [다크 나이트]를 연상하게 한다. 2. 액션 ..
[울버린]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영화다.원작이 있는 영화가 이렇게나 원작을 못 살린 건 로저 무어의 007 영화들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 이 영화의 문제는 [엑스멘3]과 원작 사이에서 방황하다 전혀 말이 안 되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다.원작 은 사라진 애인 마리코를 찾아가는 울버린의 여정이 중심축이다.그래서 그의 여정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울버린]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이 죽인 진을 잊지 못한다.그래서 일본으로의 여정은 굉장히 뜬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버린은 마리코와 동침한다.아직 진을 잊지 못하는 울버린과 애인도 있고 정략결혼 상대도 있는 마리코의 동침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게다가, 심지어 액션도 시원찮다. 뭣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엉망인 영화였다.수퍼 히어로 영화를 사랑하..
[스파이더맨]의 리부트는 사실 좀 생뚱맞았다. 성공적이었던 샘 레이미의 시리즈가 완결된지 5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 좋은 소재를 버릴 수 없는 것이라 억지로 나오는 것이란 생각도 좀 들었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마크 웹 버전은 일단 샘 레이미 버전이 가졌던 무게감은 대폭 줄었다. 대신 피터 파커 개인의 영역으로 범위를 좁혀 로맨스와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전작들과는 꽤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멜로영화의 틀에 수퍼 히어로 소재를 대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덕분에 전작에서 보여줬던 파커-MJ의 생뚱맞은 러브라인보다는 훨씬 설득력있는 부농부농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대입한 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