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는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와칸다 왕국은 국적에 상관 없이 흑인들이 꿈꾸던 백인에 의해 침탈당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이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이상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묘사한다.
오프닝부터 나키아가 흑인 여성 인신매매단과 맞서 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빌런으로 나오는 킬몽거는 전 세계에서의 흑인의 해방을 꿈꾸고 이를 실현하려 든다.
트찰라의 고민도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
아프리카의 와칸다가 국제 평화를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 계속 숨는 것이 더 나은가.
킬몽거가 미 해군사관학교(아나폴리스)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라는 설정 역시 이러한 이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일제 강점기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직도 조선시대가 계속되고 있고 우린 첨단 문명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익히 알려진 어떤 시리즈물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했다.
강대국 미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평화를 위해 활약하는 어떤 왕국 출신의 수퍼 스파이물…
[블랙 팬서]는 영화의 구성부터 등장인물 구성까지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007 영화의 그것들을 차용했다.
특히 어떤 한 편이 유난히도 머리에 떠오른다.
프리 타이틀 시퀀스에서 가벼운 액션을 보여주고, 오프닝 타이틀이 등장한다.
주인공 옆에는 quartermaster 역할을 하는 여동생이 있고, 둘이서 알콩달콩 말장난을 한다.
빌런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과 같은 출신인 그는 사실 어떤 면에선 주인공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빌런이 흑화된 원인은 알고 보니 내부의 잘못을 숨기려는 잘못된 선택이었고, 그게 결국에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다.
정체를 알고 보면 국내 문제에 가깝지만, 결국 외국을 돌아다니며 액션을 보여주다가 와칸다로 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 구성은 마지막에 블랙팬서는 [인피니티워]에서 돌아옵니다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거 그냥 [스카이폴]이잖아!!!
영화는 준수하게 뽑혔다. 액션도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하게 배치되었다.
담으려고 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적절한 수준에서 다 담아냈다.
아주 만족스럽게 감상.
덧1. 이제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로 가기 위한 포석은 모두 나왔다.
[블랙 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8번째 영화이고, [인피니티 워] 이전의 마지막 영화임.
덧2. 블랙 팬서가 밟고 간 집이 온라인에 뜬 적 있는데, 정말 저 집임.
덧3. 한국인을 연기하는 외국인의 한국어가 상당히 어색한데, 믿었던(?) 자갈치 아지매마저 미국 분임
Alexis Rhee라는 분인데, 일찌기 [블레이드 러너]에도 등장하셨던 분
수준급 바이올리니스트이며, 공인 최면술사, MS 시스템 엔지니어에 유단자라고…
덧4. 와칸다 왕국이 백인의 침탈을 당하지 않은 이유가 너무 가난하고 자원이 없었다는 설정인데, 그야말로 판타지.
당시 흑인을 사냥했던 백인들이 그런 걸 우아하게 생각해주지 않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