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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영화다.

원작이 있는 영화가 이렇게나 원작을 못 살린 건 로저 무어의 007 영화들[각주:1]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



이 영화의 문제는 [엑스멘3]과 원작 <울버린> 사이에서 방황하다 전혀 말이 안 되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원작 <울버린>은 사라진 애인 마리코를 찾아가는 울버린의 여정이 중심축이다.

그래서 그의 여정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울버린]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이 죽인 진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일본으로의 여정은 굉장히 뜬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버린은 마리코와 동침한다.

아직 진을 잊지 못하는 울버린과 애인도 있고 정략결혼 상대도 있는 마리코의 동침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원작의 둘은 분위기는 이런 정도였다고!


게다가, 심지어 액션도 시원찮다.


뭣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엉망인 영화였다.

수퍼 히어로 영화를 사랑하는 나에게 너흰 쓰레기를 줬어.


기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들... (스포일러 가득)


- 무적의 로건이 2차대전 때 포로가 되어 무려 일본 본토에 수감되었다니!


- 핵이 터진 후에 로건의 몸이 회복되는 건 좋은데, 머리카락까지 회복되는 기적이라니… ㅋ


- 뮤턴트인 유키오와 바이퍼의 능력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혼란스러움


- 울버린이 회복이 느려졌을 때에도 클로가 나오는 손만 금방 회복되는 기적[각주:2]


- 지루하기 짝이 없던 신칸센 액션은 길기도 엄청나게 김


- 윌 윤 리에게 왜 일본어 대사를 시켰는지 모르겠음. 내가 들어도 어색했음


- 울버린이 야시다를 기억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됨.

그는 [엑스멘 탄생: 울버린]에서 아다만티움 클로를 단 뒤 기억을 잃어버렸음.


- 사람의 사망을 예견하는 유키오가 야시다의 진짜 죽음을 보지 못한 건 말이 안 됨


- 울버린을 갖고 노는 수준의 바이퍼가 죽는 장면은 허무 그 자체


- 야시다가 왜 그렇게나 복잡한 계획을 짰는지도 의문이고, 그 계획에서 마리코의 역할도 의문임


- 쿠키 씬 자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음.

X교수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부활한 건 어떻게 봐도 말이 안 됨.


덧1. 초반 일본임을 보여주는 장면과 도쿄 시내 액션씬에선 [007 두번산다]가 보였다.

그리고, 수영장 풍덩 씬은 딱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였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액션 영화 수준을 못 벗어난 느낌이었다.


수영장이 있었군 / 몰랐는데?


덧2. 함께 보러 가신 마누라님은 초반 40분 정도를 주무셨지만, 그 분의 죽음 부분을 보자 마자 맞추셨음…



  1. 희대의 괴작 [문레이커]의 원작은 무려 은둔 나치와 싸우는 정통 스파이 소설이다! [본문으로]
  2. [엑스멘]에서 울버린은 클로가 나올 때마다 아프다는 얘기를 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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