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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의 리부트는 사실 좀 생뚱맞았다.

성공적이었던 샘 레이미의 시리즈가 완결된지 5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 좋은 소재를 버릴 수 없는 것이라 억지로 나오는 것이란 생각도 좀 들었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마크 웹 버전은 일단 샘 레이미 버전이 가졌던 무게감은 대폭 줄었다.

대신 피터 파커 개인의 영역으로 범위를 좁혀 로맨스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전작들과는 꽤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멜로영화의 틀에 수퍼 히어로 소재를 대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덕분에 전작에서 보여줬던 파커-MJ의 생뚱맞은 러브라인보다는 훨씬 설득력있는 부농부농을 보여준다[각주:1].

재미있는 건, 대입한 수퍼 히어로 스토리의 상당 부분이 [배트맨 비긴즈]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멘토와의 만남, 스스로 무기를 만드는 장면, 결국 멘토가 악당으로 변하고 그를 이겨야 한다는 것까지…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BEGINS"가 계속 눈에 밟히는 영화의 구성


액션 시퀀스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만한 구성이다.

전작들이 돌직구같은 스타일이었던데 반해, 이번 작품은 현란한 변화구같은 스타일이다.

빨라지고, 상당히 경쾌해진 반면에 동선이 눈에 명확하게 들어오는 칼같은 맛은 줄었다.


일부 장면[각주:2]들에서 좀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기타 영화 관련 단상들…


1. 전작들에서 코믹스 설정인 웹 슈터를 제거한 것은 사실은, 제임스 카메론이었다.

그는 트리트먼트를 쓰면서 "거미줄도 합성할 수 있는 고등학생 천재가 무슨 찌질이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웹 슈터 설정을 제거했는데, 이 설정이 그대로 샘 레이미 버전에 연결됐다.


난 코믹스 설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카메론-레이미 설정이 설득력이 더 큰 건 사실이다.



2.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 전 시리즈를 제작했던 로라 지스킨 여사가 제작한 마지막 영화다.

그녀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이전에도 [노 웨이 아웃], [프리티 우먼],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등을 제작했다.

영화 개봉 1년쯤 전인 2011년 6월 12일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세컨 유닛 감독은 빅 암스트롱이다.

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존스 박사의 스턴트 더블로 유명한 그 분이다.


한편, 스파이더맨(앤드류 가필드)의 스턴트 더블은 한국계인 최일람[각주:3] 씨다.



4. 죽는 게 운명인 남자 "벤 파커" 역을 마틴 쉰이 맡았다.
이전 버전의 클리프 로버트슨과 꽤 닮았단 생각을 했는데, 찾아보니 두 배우는 이전에도 인연이 있었다.


1963년작 [PT 109]에서 로버트슨은 캐네디 대통령을 연기했었다.

그리고, 1983년작 미니시리즈 [캐네디]에서는 마틴 쉰이 캐네디 대통령을 연기했다.



5. 코믹스에서의 오리지널 연인그웬 스테이시가 돌아왔다.

레이미 버전에선 그웬이 오히려 MJ 러브라인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이라 1% 아쉬웠다.


그런데, 코믹스에서의 조력자였던 조지 스테이시(그웬 아빠)는 스파이더맨을 굉장히 싫어한다.

게다가 코믹스에서 그의 정체를 전혀 몰랐던 그웬은 파커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뭔가 이번에도 혼란스럽다. 어허허.



6. 리자드로 변하는 커트 코너스 박사는 사실 [스파이더맨] 2-3편에서도 등장했다.


Southpaw, Dr. Curt Connors


그런데, 난 이 딜란 베이커가 조지 스테이시 역을 맡은 줄 알고 굉장히 반가워했다.


뭐? 내가 짭… 아니, 경찰이라고?!!


하지만, 찾아보니, 데니스 리어리. 전혀 다른 배우였다. OTL


헷갈리면 죽는다!



7. 의도적으로 전작과 다르게 찍으려는 압박이 여러 군데에서 느껴졌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란 말을 하지 않으려 빙빙 돌리는 벤 삼촌…

굳이 장례식장에 같이 가지 않는 피터 파커…

그 외 소소한 장면들…



8. 
루빅스 큐브가 등장한다. 그런데, 상당히 실망스럽다.

뭔가 천재적이라는 걸 상징하려고 방에 놔두긴 했는데, 딱 한 면이 딱 90도만 돌아가고 끝이다.

그것도, 벤 삼촌이 돌린다…



9. 온 가족 다 출동해서 봤다.



당연히 아이들은 엄청나게 좋아했다.


린이는 그분 사망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능…



  1. 전작에서 가장 설득력 없었던 부분은 둘의 러브라인이었다. 피터파커는 만인의 찌질이였는데, 왜 MJ만 갑자기 그를 좋아했지? [본문으로]
  2. 말 많은 "크레인 씬", "혈청 제조" 도 생뚱맞지만, 그 전에 리자드가 다리 위에서 한 행동은 도저히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본문으로]
  3. 반드시 같은 인종, 같은 성별이 스턴트 더블을 해야 되는 헐리우드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제작진은 최일람 씨를 스턴트 더블로 고용하기 위해 별도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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