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인 어른이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다.
수년간 몸이 좋지 않으셔서 모두가 마음의 준비도, 절차의 준비도 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비는 부족하다...
그런데, 시골에서 일들이 진행되어 그런지 우려스러운 일들이 꽤 많았다...
우리 집에서 몇 달을 모시고 계셨다가 몸이 더 많이 나빠지셔서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치매 환자를 집에서 모시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 투성이였기 때문.
요양원에서 몸상태가 꽤 회복되었다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그러다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토요일에 시골로 내려갔다.
요즘 병원을 가보면 모두가 잘 알다시피 통제의 연속이다.
면회 같은 건 사실상 꿈도 못 꾸고 간병인도 단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선 상태가 위독하니 자식들이 돌아가며 병상을 지키게 해준다.
덕분에 가시기 전에 얼굴도 뵙고, 인사도 드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헐거운 시스템 때문인지 사망 확인이 늦어진 것은 덤이고.
병원 관계자들도 우리도 모두 주무시고 계신 줄 알았다가 조금[각주:1] 늦게 확인했다.
여담인데,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나서 밖을 보니 무슨 불 같은 게 피워져 있었고, 연기도 좀 많이 날리고 있었다.
시골은 으레 그렇겠 거니 생각했는데, 한 시간 쯤 뒤에 합천 화재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찍어보니 장례식장에서 약 10km 거리.
부랴부랴 장례식장을 꾸리고, 가족들도 모으고, 난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데려오고...
장례식장에 돌아와보니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신다[각주:2].
심지어 웬 환자복을 입은 어르신도 와 계셨다.
장인 어른과 함께 입원해 계셨던 동네 어르신이셨는데, 입원해 계실 땐 서로 몰랐다가 이제야 아셨다고 장례식장에 오심.
그런데, 어르신... 환자이시잖아요...
아니, 몰래 오시려면 환자복이라도 벗고 오시던가요... ㄷㄷㄷ
비단 그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오신 어르신들 중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어르신도 좀 계셨다.
아니, 이건 아니잖아요...
대략 이런 과정을 첫날 치른 뒤 정리를 해보니 날짜가 애매하게 좋지 않았다.
삼일장이 끝나는 즉, 3일째가 되는 날이 바로 3월 1일이었기 때문.
게다가, 화장장이 자리가 없어 사일장을 치러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입학/개학 날짜가 바로 다음날이라 더 복잡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좀 멀리 있는 화장장에 자리가 나서 오후라도 자리를 잡았다.
힘들게 삼일장을 끝내고 나서 갑자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오신 어르신 중 한 분이 코로나 확진이라고 한다...
이 때부터 모두 난리가 났는데, 자가진단키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다들 별다른 증상이 없고, 최대한 조심했기 때문에 진단키트가 좀 부족해도 적절히 나눠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한 분 왔다 가신 게 확인되니 얘기가 달라진다.
부랴부랴 편의점 가서 모자란 숫자를 채우고 자가진단을 실시.
나랑 아이들은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아내님께서 양성임이 확인되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쉬려고 했더니 실전이 시작됐다.
KF 마스크를 2개씩 쓰고 수시로 환기를 시키며 일단 집으로 올라왔다.
오는 길에 또 자가진단키트를 사서 도착하자마자 다시 한번씩 자가진단을 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이전과 동일하여 일단 아내 님부터 자가격리 돌입.
그리고, 절차에 따라 양성이 나온 아내 님부터 정식으로 PCR 검사를 받았고,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를 근거로 나머지 가족들도 PCR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아내님만 양성.
정신을 차려보니 삼겹살 데이라서 일단 삼겹살을 사왔다.
그리고 맛있게 구워서 아내님께 진상.
정말로 정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2월 말 3월 초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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