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온 가족이 호암 미술관에 바람 쐬러 갔었다.
미술관 내부와는 달리 외부 입장은 간단한 예약만으로 갈 수 있고 나같은 미술 문외한에겐 외부 입장만으로도 볼 게 넘쳐났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복제품 다보탑.
이런 작품에 워낙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볼 수록 아름다운 작품이다.
복제품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우리는 원본을 보러 불국사를 갔다.
기가 막히게 똑같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진을 찍어 비교해보니 뭔가 차이가 있었다.
지붕 위의 상륜부도 뭔가 더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 건 기단부의 사자상.
원본의 사자상은 중앙 쪽에 한 마리가 있는데, 복제품은 모퉁이에 네 마리가 있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뒤져보니 다큐로도 다뤄졌던 꽤 심각한 이슈였다.
이번에도 그렇듯 대일본제국이 크게 한 몫 했고, 아마 세상 대부분의 흉물스러운 것의 기원인 영국도 관련된 이슈인 듯.
대략 정리해보니 아래와 같이 적을 수 있는 것 같다.
1. 일제 강점기에 나치만큼이나 우수한 대일본제국의 훌륭한 분들이 사리장치 등의 유물을 털어감
2. 1902년의 사진을 보면 사자상이 세 마리 있던 것으로 보임
3. 기록에 따르면 1925년 왜인들이 복원한답시고 털어갈 때엔 사자상은 두 마리밖에 없었음
4. 사자상 중 한 마리는 영국 물건이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 박물관에서 갖고 있는 듯 함
5. 그나마 다행스럽게 남아있는 한 마리도 얼굴이 상한 상태라 돈이 안 될 것 같아 뜯어가지 않은 듯 함
6. 사자상의 위치는 모퉁이 쪽이 맞는데, 남은 게 한 마리밖에 없어 보기 좋지 않아 가운데 쪽으로 옮겨둠
다보탑 뿐만 아니라, 금관총을 비롯한 경주의 많은 문화재들이 왜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약탈당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점은 왜인들이 약탈하기 전엔 이 땅에선 그 누구도 이 문화재들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도 대일본제국은 다 털어먹으려 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