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계속… 13. 퇴원 원래 계획은 버스를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것이었다.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타면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데, 근처에 사는 친구가 우리 집 근처로 출장간다며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게다가 마침 동생이 비번이라 병원에서 친구네 집까지 차를 태워줬다. 그 덕분에 안전하게 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모든 행운이 집중되는 듯… 일단 퇴원 당일은 집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집 근처의 병원에 입원했다.무엇보다도 집은 환경 자체가 안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집에선 병원에서 준 진통제밖에 쓸 수가 없어 갑작스러운 진통이 오면 답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2차 병원에서도 두통은 여전했다. 통증 자체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잠을 잘 때는 힘들었다...
이전 글에서 계속… 12. 퇴원 준비 수술한 1월 18일이 월요일이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금요일까지 별 차도가 없었다. 게다가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조영술을 다시 받았는데, 이 이후 두통이 더 심해졌다. 조영술을 실시한 의사들은 "와! 역시 오 교수님이네. 혈관 상태 봐."라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지만… 개그 한 토막: 조영술 후에 모니터의 혈관 영상을 보면서 "저게 제 머리인가요?" 하자, "그건 허벅지인데요…" lllorz 그래도 토요일 오전이 되자 통증이 살짝 완화되고, 정신을 조금씩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죽을!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반찬을 제대로 못 먹는 건 비슷했지만. 수술 후 닷새가 지난 이 시점에서야 사진을 찍어 수술부위를 볼 수 있었는데, 수술 부위가 꽤 컸..
이전 글에서 계속… 10. 집중치료실 중환자실에서의 시간은 사실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에서 지나갔고, 하루가 경과해서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집중치료실에 오자 의료진은 빠른 회복을 위해서 가급적 조금씩이라도 걸으라는 얘기를 해줬다. 사실, 이 얘기는 수술 전에도 들은 것이었고, 한쪽 귀로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집중치료실에 와보니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됐다. ㅠㅠ 일단, 밥은 전혀 넘어가지 않는다. 아예 입맛이 없고, 죽도 겨우 반 그릇 정도만 입에 억지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진통제 덕분에 두통은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욱신거리는 건 힘들었다. 게다가, 집도의 선생님의 예언(?)대로 무통주사가 몸에 잘 맞지 않았다. 회복을 위해 억지로 조금 움직이려 걸어보니 구..
이전 글에서 이어짐… 9. 수술 이윽고 수술 당일 아침이 되었다. 수술 시간은 첫 시간인 8시부터.시간이 시간인지라 새벽 일찍 일어났다. 수술 전에 수술 부위에 매직으로 표시를 해뒀다. 여기가 바로 뚜껑이 열리는 그 곳이다…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했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 준비하는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아래와 같은 상황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몽공장님 포스트 "전신마취 전과정에 대한 알기쉬운 설명" 참조.딱 이 포스트에 실린 대로 진행된다. 수술이 끝나면 중환자실로 직행하고, 하루 경과 후에 집중치료실로 간다. 마취는 중환자실에서 깨어나는데, 여기부터가 스펙터클 함. 목에 관을 삽입한 상태에서 마취가 깨어나고 집도의의 지시에 따라 목에 삽입한..
이전 글에서 이어짐… 8. 입원 1월 17일에 이전 포스트에 적은 것들을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수속엔 시간이 꽤 걸렸다. 입원 안내 비디오를 보면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다인실(5인실)이 마침 없어 2인실에 들어갔는데, 방을 같이 사용하시는 분은 이미 개두수술을 하시고 회복하고 계셨다. 입원복으로 갈아입은 뒤 즐거운 마음으로 인증샷 먼저 찍어주시고… 머리를 먼저 감으라면서 샴푸(…)를 주셨다.가만 보니 액체비누에 포비든 요오드를 섞은 것.머리를 두 번 감으라는데, 과연 뻘건 물이 흘러나오고, 머리는 뻣뻣해지는 것이 딱 그러하다… 수술 및 수술 이후에 링거를 꽂을 수 있도록 바늘도 미리 찔러뒀다.참고로, 여기 꽂는 바늘은 금속이 아..
이전 글에서 이어짐… 7. 입원 준비 수술 관련 입원은 10일 정도라고 한다.몸의 상태를 고려해서 약 수술 직후 5일 정도는 고생하고, 이후는 회복되어갈 것이라 자신하며 몇 가지를 준비했다. 수술 후엔 면도를 번잡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니 전기 면도기를 챙겼다.아무래도 얼굴에 면도 거품을 바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고, 전기 면도기가 훨씬 편하겠지… 5일 정도면 무척 지루한 시간이 될 것이라 오랜만에 큐브를 하나 질렀다.그간 사용해오던 큐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폭발도 하지 않는 것으로 샀다.수술을 앞둔 나를 위한 선물. 그동안 새로운 공식을 몇 개 외우려고 생각만 했는데, 닷새 정도면 충분히 외울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밖에 나가서 머리가 추위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모자도 하나 준비했다.디..
이전 글에서 이어짐… 4. 외래진료 (1/2) 소견서를 받아들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예약하려고 하니 너무 오래 기다려야 된다.11월에 예약을 하는데, 오 교수님의 외래진료는 최단기간이 3월… 게다가, 개두수술 보다는 코일삽입술이 몸에 부담이 적을 것 같아 코일삽입술의 명의 권 모 교수님으로 외래진료를 예약했다.그래도 12월로 한 달은 기다려야 했지만, 넉 달보다야 낫지… 한달 뒤… 권 교수님께선 정밀검사 결과를 보자마자 쿨하게 말씀하셨다. 올해 몇 살이죠? 젊죠? 바로 머리 열자. 기대는 무너지고 멘탈이 왔다갔다하는 나에게 몇 가지를 더 설명해주셨다. 1. 코일삽입술만 10년 이상 해왔는데, 이 경우는 코일이 빠질 가능성이 높음 2. 코일이 빠지면 그 다음은 아무도 손 쓸 수 없는데, 애초에 ..
2016.1.18(월)에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처음 검진부터 수술까지 과정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건강검진 2015.11.3(화) 건강검진시 추가 항목으로 경동맥 CT를 촬영했다. 평소 혈압이 좀 있어 의사가 경동맥 CT를 추천했기 때문이었음. 2주 쯤 지나서 검진했던 병원에서 급한 연락을 받았다. 긴급한 상황이니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CT를 촬영한 대상은 경동맥인데, 뇌동맥과 연결되는 부위에서 동맥류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촬영 결과는(경동맥이 아니라) 살짝 흐릿하지만, 신경외과 선생님 두 분의 의견이 비슷해서 일단 수긍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뭔가 무시무시한 것 같고, 그것도 하필 뇌동맥이라 걱정이 두 배… 촬영 결과를 CD로 받은 뒤 정밀 검사를 다른 병원에서 받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