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그 위대하신 애거서 크리스티느님의 걸작 <나일 강의 죽음>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일찌기 1978년에도 한번 영화화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리메이크 한 것.
정통 추리물 영화는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반갑다.
물론 [나이브스 아웃] 같은 걸작도 있지만, 정통 추리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게 현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추리의 쫄깃함이 아니라) 엄청난 비주얼이다.
아부심벨 대신전은 현지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각주:1] CG로 그렸는데, 오히려 더 실제로 보는 듯한 엄청난 비주얼을 과시한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이번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인 특기를 살리는 변주를 시도한다. 푸아로 캐릭터에 대한 나름의 해석은 약간은 그럴싸하기도 했다[각주:2]. 배 나온 푸아로는 간데 없고, 탄탄한 체구의 액션 히어로 푸아로가 나오기 전 까지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굉장히 얄팍해진 인간관계다. 원작 소설은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죽이고 싶어하는 자가 살해당함"이 시작점이다. 모두에게 리넷을 죽일만한 인간적인 이유가 다 있기도 하고, 그런다고 그 용의자들이 선하지도 않은 입체적 구도가 강점이었다.
그런데, 무려 시오니스트 원더우먼 님이 리넷 역을 맡아서 그런지 "다들 죽이고 싶어하지만, 그건 그놈들이 나빠!"로 각색됐다.
유색인종 모 캐릭터는 "어릴 때 리넷에게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어려서 그랬던 거고 커서는 잘 해줌"이라고도 하고... 이 점이 영화에서 가장 힘이 빠지는 부분이다.
만악의 근원인 리넷의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바뀌어버리니 모든 인간관계가 얄팍하기 짝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한편, 재클린 역의 엠마 맥키는 할리 퀸마고 로비와 닮은 외모로 유명했는데, 광기에 찬 연기로 할리 퀸과 또 다른 마력을 보여준다.
상대 배우인 아미 해머가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초엽기적인 변태성(식인 성향, 성폭행...)을 보여줬다는 게 문제였지만...
이런 영화 외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정통 추리 장르 영화로서는 그럭저럭 잘 뽑혀나왔다.
어쨌거나 추리물을 좋아하는 나로선 너무나 반가운 영화임엔 분명함.
덧1. 인간관계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면서 PC 코드가 좀 들어왔는데,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그런 PC 코드는 죄다 어색했다.
아니, PC고 뭐고, 원더우먼 너님은 그냥 시오니스트 아님?
덧2.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마지막에 이 영화를 예고하는 듯한 대사가 있었는데, 영화 내용과 연결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나일강에 놀러 온 후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단 두 편인데 이걸 제대로 못 맞춰?
덧3. 클레오파트라 코스프레 씬이 개뜬금없이 들어가는데, 당연히 영화 [클레오파트라] 사전 홍보.
그런데, 시오니스트 클레오파트 라니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란 말인가... 덧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영화화 소식을 몇 년 전에 들었는데, 만약 나온다면 원작 존중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