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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DC 필름 유니버스의 작품은 [저스티스 리그]를 포함하여 총 다섯 편이 나왔다.

그런데, 이 중 제대로 된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는 사실상 [원더우먼]이 유일했다.


지구에 있는 것만으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굳이 지구를 테라포밍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조드를 죽이는 [맨 오브 스틸], 배트맨이 꿈에서 수퍼맨이 나쁜 짓을 하는 걸 보고 굳이 살인을 기도했다가 '마사' 드립에 화해하는 [배트맨 대 수퍼맨], 의리 넘치는 빌런들이 (더럽고 치사한) 아만다 윌러의 협잡질에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지구를 지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특A급 캐릭터들을 사용해서 C-급 영화를 만들어온 것이 DCEU[각주:1]의 기본 스타일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원더우먼]이 나왔고, (몇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평과 흥행 모두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뜬금 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저스티스 리그]가 나왔다.


전전작인 [배트맨 대 수퍼맨]에서 모호하게 등장했던 파라데몬[각주:2]스테판울프가 전면에 등장해서 빌런을 맡고, 혼자서는 해결을 못 하니 힘을 합쳐서 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골자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스테판울프를 이길 수 있다는 거임!


많이들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아직 개별 캐릭터성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힘을 합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원더우먼]을 제외한 모든 주인공들은 사실상 다들 정체성을 고민하며 사실상 또 하나의 배트맨들이란 인상을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배트맨은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이어서 이번에도 천재적 탐정 능력은 1도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메인 빌런인 스테판울프는 (전전작에서 잠시 얼굴은 보였지만) 여전히 뜬금 없이 등장한 느낌이다.

게다가, 파라데몬 역시 뭔가 어색한데, 파라데몬의 무서운 점은 능력치보다는 엄청난 숫자인데, 본진에 가까워질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기현상[각주:3]을 볼 수 있고…



이러한 점들을 통해, 역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본질적인 약점[각주:4]은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체적인 그림에서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빌런의 목적이 뚜렷하고, 주인공들은 힘을 합쳐가며 대항을 준비하는 당연한 모습을 보여준 게 처음이다.

[배트맨 대 수퍼맨]에서 무려 둠스데이와 1:3으로 싸우면서도 그닥 팀플레이 하는 모습이 없었던[각주:5]을 보면 장족의 발전이다.


또한, 전개 과정에서 갑툭튀하는 장면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부제가 [저스티스의 시작]이라지만, 뜬금 없이 에서 "로이스 레인이 핵심이야! 내가 너무 빨리 왔나?" 드립을 날리거나,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삼바 춤을 추다가 폭탄 맞고 죽는 어이 털리던 어떤 작품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


마지막에 수퍼맨이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는 장면이 전체의 톤과 좀 차이가 있어,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생각은 있지만, 적어도 DC에서 이 정도 나왔으면 잘 한 거고,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희끼린 세상을 구할 수 없어. 난 가능하지만"



덧1. 또한, 모든 캐릭터를 한 작품에 담기 위해 나름의 밸런스 조절을 한 흔적이 보이는데, 수퍼맨이 등장하면서 이런 조절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됨

이건 뭐, 애초에 수퍼맨 캐릭터가 그런 캐릭터이니 이해해야 되는 거임

아무리 그래도 신급인 스테판울프를 저렇게 안습하게 해치우[…]


덧2. 조스 웨던이 인계받고 재촬영한 부분은 수퍼맨의 인중만으로도 쉽게 알아챌 수 있음.

콧수염을 깎을 수 없어 CG 처리 한 건데, 그럴 거면 좀 더 혼을 담아 CG 처리 했어야지.


덧3.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으로 DCEU 영화 중 가장 짧음.

이 과정에서 캐릭터 간에 친해지는(?) 장면들이 누락된 느낌이 있음.


덧4.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음악도 정키XL에서 [배트맨]으로 유명한 대니 엘프만으로 교체됐는데, 이건 좀 여러모로 아리송함.

많은 음악이 폐기되고, 수퍼맨 등장 씬의 음악은 무려 존 윌리엄스 옹의 수퍼맨 테마를 차용.

수퍼맨이 각성하면서 도너 시절 수퍼맨이 됐다는 의미라면 배트맨도 같이 해석해야 되는데, 배트맨은 지금이 오히려 더 세잖아…



덧5. 극장에서 아래와 같은 포스터 줘서 업어옴. 근데, 어디에 어떻게 걸지? 액자가 없는데… ㅋ


내가 업어온 건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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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과정에서 배트맨은 파라데몬을 자신에게 모두 모이게 하는데,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드립을 치는 상황에서도 숫자가 그닥 많지 않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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