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이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DCEU 시리즈 중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가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다행히 성공적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수퍼 히어로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의 현대적 인권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다.
트레버의 비서 에타에게 "비서요? 우리 세계에선 노예라고 불러요"라고 할 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새미는 다이애나와 트레버를 앞에다 두고 "난 배우가 되려고 했는데, 백인이 아니라 못 되었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은 배경이 1차대전이라 너무 빠른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수퍼 히어로라는 원래의 장르에서 보면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와 굉장히 많은 면에서 닮아있다.
다이애나가 어떻게 원더우먼이 되어가는지를 짜임새 있게 잘 설명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져오면 안될 코드를 가져와버렸다.
예컨데, 마블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비밀 신분(Secret Identity)에는 관심이 없다.
토니 스타크는 기자회견장에서 자기가 아이언맨이라고 떠들고, 캡틴 아메리카는 맞짱을 뜨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버린다.
하지만, DC 쪽은 다르다. 수퍼맨, 배트맨 모두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 최대한 노력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다이애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위장을 벗어던지고 싸움터로 들어갔다.
비록 장중한 음악이 깔리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굉장히 우스웠고, 실제로 객석에선 많은 웃음이 터졌다.
비밀 신분을 모두 앞에서 노출하는 DCEU의 히어로라니[…]
의도와는 다르게 많은 웃음을 유발한 바로 그 장면[…]
한편으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야 할 많은 것들을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도 아쉬웠다.
전쟁의 흑막 정도로 비춰졌어야 더욱 무서웠을 그 분은 실체를 드러내고 맞짱을 뜨셨고, 다이애나는 자기 입으로 "사랑만이 세상을 구함"을 얘기한다.
게다가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사랑을 보여줘야할 그 분이 너무 빨리 퇴장하시기도 하고[…]
덧1. 영화는 페미니즘을 코드에 적절히 섞어 잘 묘사했는데, 정작 갤 가돗은 이와 180도 반대의 언행을 해서 배우로서는 비호감
물론, 이스라엘 군필자로서 가질 수 있는 생각이겠지만, 닥쳐야 할 때 닥칠 수 있는 판단력은 장착하지 않은 듯
덧2.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와 흐름이 상당 부분 비슷하다.
그 과정에서 다이애나와 그 분의 이별 씬이 (어쩔 수 없이) 굉장히 뜬금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다.
목숨을 건 신과 신의 대결 중간에 갑자기 왜 그 장면이 나오는 거냐…
비슷한 흐름이 [캡틴 아메리카]에서 자연스러웠던 건 애초에 캐릭터와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3. 그 분과의 싸움에서 칼이 소각(?)되는데, [배트맨 v 수퍼맨]에선 다시 갖고 나옴. 대체 "은둔해있던 100년"동안 무슨 일이 생긴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