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한 건 1993년으로 기억한다.
그 전에도 교수님이 사무실에서 ftp로 자료 끌어오시는 걸 보긴 했지만, 그건 구경일 뿐이었고…
이런 화면을 처음 구경했을 때는 혁명이었음
그 이전 시절부터 난 007 덕후였는데, 지금 보면 덕력을 발휘(?)할 방법이 크게 없는 시절이었다.
1. 영화
정식으로 007 VHS가 우리나라에 출시된 게 중딩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아예 007 영화가 몇 편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리빙데이라이트] 개봉 무렵 <스크린> 같은 잡지에 [007] 영화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서 비로소 제목들을 알 수 있었다.
그 잡지를 소중하게 간직했던 기억이 난다.
조여드는 위기, 숨막히는 흥분, 투명한 사랑!
2. 소설
내가 소유했던 최초의 007 소설은 [살인번호]였다.
노란색 표지의 소년판이었는데, 의외로 번역이 잘 된 편으로 기억한다.
제목부터 해설까지 일본 번역서의 중역이란 티가 나긴 했지만…
이걸 봤다는 건 아니고, 이걸 중역한 책을 봤…
고딩때인가 존 가드너의 007 소설 세 편이 출간되었다.
서점에서 신간들을 뒤지다가 그 세 권을 발견했을 때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세 권 모두 분실했는데, 정말 아깝기 짝이 없다… ㅠㅠ
소설 007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
3. 주제곡
예전엔 레코드 가게에서 곡당 500원 정도에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했었다.
OST가 나오고 또, 다행히 그 LP 판이 레코드 가게에 파는 경우는 녹음도 할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하는 영화음악 방송에서 새로 출시된 주제곡을 녹음하는 건 횡재하는 일이었다.
[살인면허]는 영화 개봉 전에 주제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전파 사정으로 음질이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007 영화들의 VHS가 출시되기 시작하자 그것을 정성들여 녹음했다.
Line out, Audio out 등의 개념도 없어 오로지 반복 작업만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정말 힘들게 편집했었다.
프리 타이틀 액션 시퀀스에서 총소리 잔향음과 주제곡이 그대로 연결되는데, 이걸 잘라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가수 개인 앨범을 샀는데, [썬더볼] 처럼 영화 OST 수록곡과 완전히 다른 경우는 나름대로 멘붕이었다.
어느날 하이텔/천리안/유니텔 등을 통해 전화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고속 인터넷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가격의
정액제가 적용되었다.
디지털 기술도 급격히 발달해서 오디오 CD와 영화 DVD들이 출시되었다.
영화, 소설, 주제곡 모두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주제곡을 mp3/mp4로 보관하려면 CD에서
립하면 되고, 영화판 주제곡을 갖고싶으면 DVD에서
립하면 되는 세상이 됐다.
잘라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Audacity로 잘라내면 되고, 음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참으로 덕질하기 좋은 세상이 된 것 같다.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