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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포스터 중 이 포스터가 눈에 익으셨다면…


이전 포스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킹스맨]은 007 시리즈에 대한 거대한 헌정작이다.

우선, 프리타이틀 액션 시퀀스 - 오프닝 음악 - 본편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전형적인 007 영화[각주:1]의 그것이다.


그런다고 이게 들어갈 순 없으니…


또한, 빌런과 주인공이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 모르는 척 간을 보는 장면은 너무나 노골적이라 반갑기까지 했다.


특히 이 영화는 007 시리즈 최악의 망작[문레이커]를 기본 틀로 하고 있다.



돈이 무한히 많은 범세계적인 갑부우성인자 인류만 선별해서 대피시키고, 나머지 인류를 말살하려고 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 영화를 곰곰 따져보면 애초에 설정이 말이 되지 않는데[각주:2], 베이스가 [문레이커]라는 점에서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다.

우성인자라고 하는데, 옆에 있는 헨치맨이 우성인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 보인다는 점 역시 [문레이커]의 흔적이다.

물론, 우성인자들만 몽땅 정리되고, 열성인자가 다 살아남아 우성인자의 허무함[각주:3]을 보여준 점 역시 마찬가지다.

또, 007 영화의 엔딩 막장 러브씬이 극대화된 것이 [문레이커][각주:4]였는데, 이걸 아주 노골적인 대사를 써가며 더욱 극대화해버렸다.


01


이러한 커다란 그림 외에도 소소한 소재와 장면들에서 007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1. 퍼그의 이름은 JB: [썬더볼] 등등


JB 이름 약자 얘긴 오래된 얘기다.

제이슨 본이나 잭 바우어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도록 JB로 만들어진 것[각주:5]이다.

그런데, 사실 JB를 약어로 하는 이름 개그는 [썬더볼]에서 먼저 사용됐다.

스펙터 요원 자크 부바르의 관을 보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


- 당신 이름 약자가 있네요: JB.

- 내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지.


스펙터 요원 '자크 부바르(Jacques Bouvar / JB)'의 관


2. 스카치 위스키 달모어 62: [스카이폴]


[스카이폴]에선 스카치 위스키 맥칼란 62년산이 등장했다. 달모어 62가 등장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참고로, 달모어 62는 얼마 전 상하이 공항에서 12만 5천 파운드(약 2억 천만원 정도)에 팔렸다고 한다. (참고 사이트)


그리고, 이 달모어 62를 알아보며 멋지게 적을 해치우다 살해당하는 랜슬롯의 실명은 제임스이다.

이 부분은 "62년부터 시작된 제임스 본드는 죽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 그라모 친구 아이가!


3. 프리 러닝: [카지노 로얄]


에그시가 집에서 탈출할 때 살짝 프리 러닝의 흔적이 보인다.

[카지노 로얄] 오프닝의 프리 러닝을 여러모로 연상시켰다.



4. "Put it back": [살인번호]


에그시가 "그것"을 훔치려고 할 때 갤러해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Put it back"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갤러해드의 카리스마를 은근히 보이면서 그가 완전하게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첫번째 007 영화인 [살인번호]에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고, M의 카리스마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Just leave the Beretta.


5. 신발: [위기일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참, 계속 독침은 오른발에서 나오는데, 마지막 그 장면에서는 왼발에서 나온다.



6. 라이터: [살인면허]


[살인면허]는 특수장비를 상당수 제거하고 리얼리티 본드로 돌아가려는 시도[각주:6]를 한 멋진 영화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평범한(응?) 라이터가 등장해서 장비가 없는 빈틈을 살짝 채워주는데, [킹스맨]은 그냥 특수장비다.

하는 역할은 [살인면허]의 그 라이터와 비슷하긴 하지만…


[살인면허]보다 덜 충격적인, 평범한 특수장비…


7. 스카이다이빙 훈련: [리빙데이라이트]


007 영화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가는 거야 한두번 나온 장면이 아니지만, 이 훈련은 정확히 [리빙데이라이트]다.

아예 훈련의 목적이 기지에 침투하면서 레이더에 발각되면 안 된다는 점에서 [리빙데이라이트] 빼박이다.



8. 중절모 쓴 흑형: [죽느냐 사느냐]


사무엘 잭슨이 연기한 대머리 아저씨 발렌타인이 정장을 맞추며 중절모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눈에 많이 익은 장면인데, [죽느냐 사느냐]에서 이 분께서 중절모를 쓰고 활약하셨다.



9. 등에 찔린 칼 쯤이야…: [카지노 로얄]


교회 난장판 액션 시퀀스에서 등에 칼이 찔린 채로 막싸움을 즐기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카지노 로얄]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이었지만. ㄷㄷㄷ



10. 연장자는 종으로 부려야 맛이지: [뷰투어킬]


뜬금없이 에그시가 멀린에게 "파일럿에서 개인 비서로 승격해시켜주지"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 장면은 낯설지도 않고, 사실 조금 완화된 장면이다.

[뷰투어킬]에서 본드는 고드프리 티벳 경에게 아예 이런 짓을 시켰다…


"뭘 꾸물거리나! 빨랑 오라고!" #착취의현장 #갑질이다갑질이나타났다


11. 마티니: [골드핑거]?


영원한 제임스 본드의 칵테일은 보드카 마티니, 젓지 않고 흔들어서이다.

첫 007 영화인 [살인번호]에서부터 영화 속의 본드는 보드카 마티니를 마셨다.

그런데, [골드핑거]에선 본드는 마티니를 마셨다.[각주:7]


우리의 신세대 본드 에그시는 굳이 보드카 마티니가 아닌 진 마티니를 주문해서 마신다.


Smirnoff Vodka의 위엄


12. 클래식과 어우러진 잔혹한 장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주되면서 나오는 잔혹한 장면은 정말로 인상적이며,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런데,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선 모차르트의 피아노 교향곡 21번(엘비라 마디간 테마)을 들려주며 잔인한 장면을 보여준다.

무려 상어[각주:8]여자를 잡아먹는 장면에서… ㄷㄷㄷㄷ



13. 빌런의 죽음: [스카이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칼을 던져 빌런을 살해함.




  1. 물론, 이런 구성을 따르는 영화는 많고, 오프닝에 건배럴 시퀀스가 없긴 하지만… [본문으로]
  2. 그 맛있는 와인을 먹기 위해서 포도 농사를 "우성인자" 여러분들이 지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본문으로]
  3. 소설 〈문레이커〉는 나치를 쫓는 내용이고, 영화에선 사실상 이름만 가져왔는데, 인종청소라는 소재는 또 나치의 주력 테마라능… [본문으로]
  4. 이건 아무래도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개취인 듯. 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역시 유사한 막장 수준. [본문으로]
  5. 소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읽으면 007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여기저기서 나옴 [본문으로]
  6. [카지노 로얄]이 최초가 아니었음. [살인면허]가 있었고, 그 전에도 [여왕폐하의 007], [유어아이즈온리]가 있었음. [본문으로]
  7. 이건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감독이 교체되면서 지 마음대로 한 짓임… [본문으로]
  8. 이 상어를 영화 마지막에 빌런 '죠스'가 물어서 해치운다는 아이러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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