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감독판]을 봤다.
이걸 극장에서 본 게 91년 9월쯤이었으니, 22년만에 다시 극장에서 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봉의 가장 큰 미덕은 삭제씬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씬들 중 가장 경이로운 씬. 아날로그 기술의 정점을 보여줌.
각 에디션 별로 수십번 씩은 봤지만, 역시 이 추가씬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마냥 만족할 수만은 없는 문제들이 꽤 있었다.
1. 93년의 Special Edition과 동일
사골네이터라고도 불릴 정도로 많이 울궈먹은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3가지 에디션밖에 없다.
- 극장판
- 특별판 (Special Edition)
- 최종판 (Ultimate Edition 또는 Skynet Edition)
이 세 가지 에디션이 메뉴 배치를 바꾸거나, 메뉴를 숨기는 형태로 이리저리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상영한 버전이 최종판과 100% 동일하다는 점이다.
엔딩 크레딧 끝의 끝까지도 스카이넷 에디션 그대로임
포스터에는 리마스터링 감독판이라고 되어있지만, 이번 출시본을 위해 카메론 감독이 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출시한다는 사실을 아는지나 모르겠다.
CG 보강 같은 건 고사하고, 너무나 티나던 대역씬마저 그대로 상영됐다.
아놀드와 에드워… #아닙니다
2. 자막 역시 기존 최종판과 동일, 심지어는 오역마저도
영화의 ㅎㄷㄷ한 완성도와 별개로, 공식 출시 DVD/블루레이의 자막은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중간중간 오역이 많아 영화 감상의 집중도를 굉장히 떨어뜨린다.
특히 오역은 추가씬에 가면 더욱 가관이다.
(cynical) Doesn't want you thinking too much, huh? / No.
예컨데, "생각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죠?" / "그렇소." 로 번역해야 할 부분을 무려…
"생각 많이 하는거 싫죠?" / "싫어요." 로 번역했다.
덕분에 극장에서 감상할 때 참으로 거슬렸다.
3. 답답한 사운드
내 귀가 좀 막귀인지라 확신은 못하겠지만,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확실하진 않지만) 스테레오 소스인 것 같다.
입체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여러 상영관에서 많은 관객들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4. 어쩌면 진짜 희망은 3D로 리마스터링될 T2일지도…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을 3D로 재개봉하기 전, T2의 3D화도 언급한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보기)
아마도 그가 직접 손을 댈 때까진 T2는 이 수준으로 만족해야 될 것 같다.
물론, 이건 단지 그가 언급한 것일 뿐이라 실제로 손을 댈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지금 공개된 이 버전은 감독판이란 부제를 달기엔 나사가 많이 빠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