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헌터 킬러]의 번역은 번역계의 본좌 황석희 님께서 하셨다.

그리고, 역대 해군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번역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번역에 조금이나마 관여할 수 있었는데, 대단히 뿌듯하게 생각한다.

영화 개봉 이후에 피드백된 내용을 보고 다시 좌절(?)하긴 했지만…

 

번역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내용 중 기억해두거나 참고할만한 점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번역 지원

 

페이스북 황석희 님 페이지 및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번역을 무상으로 지원해드릴 수 있다고 먼저 말씀드렸다.

이후 번역 최종 수정 과정에서 일부 표현을 다듬는 과정에서 번역을 지원해드렸다.



2. 특히 강조한 용어들

 

함정 직책 중에 부함장은 없다. 오로지 부장(XO: Executive Officer)이 있을 뿐.

부장이란 직책은 단순한 함장의 부하 장교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집행하는 집행장교라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영화에서 제대로 쓰인적이 전혀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 영화인 [유령]에선 대사에서도 부함장이라고 부름.

 

어떤 직책명은 비슷해보이지만, 반드시 장교에게만 쓰이는 직책명부사관에게만 쓰이는 직책명이 실제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가 있음.

이런 명칭은 자칫하면 해군에 몸담은 사람에게는 비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임.



3. 전탐사? 조타사? 음탐사? 승조원?

 

전탐사: 레이더 담당자. 레이더 스크린을 보고 있는 사람은 일단 전탐사라 보면 됨

조타사: 함교에서 타를 잡거나 기류 올리고 발광[각주:1] 송수신 하는 군인

음탐사: 커다란 음탐 콘솔 보면서 귀에 헤드셋 큰거 끼고 있는 군인

승조원: 함정 근무자를 승조원이라고 통칭함.



4. Navigator? Pilot? Weps?

 

Navigator와 Pilot은 사실상 번역이 불가능한 직책.

 

Navigator는 영화에선 일단 항해사로 번역하긴 했는데, 우리나라 해군에선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장교 직책을 직접 부른다고 함.

Pilot는 수상함의 경우는 도선사로 번역하는데, 잠수함에선 완전히 다른 의미임. 역시 해당 장교의 직책을 직접 부름.

 

Weps는 무장관으로 번역함.



5. Captain in Control!

 

번역이 불가능한 표현.

우리나라 해군은 함장이 Control Room(전투정보상황실)에 들어오면 처음 본 승조원이 "총원 차렷! 필승!"을 하게 되어있음.

하지만, 미해군은 처음 보는 승조원이 "Captain in Control"로 상황만 전파함.

그런다고 "함장님 납시었다네!"라고 번역할 수도 없고…

 

이번 영화 번역에서는 "총원 차렷!"으로 가볍게 정리.



6. 왜 함장은 함교에서 Officer of the Deck에게 조함을 지시하는가

 

Officer of the Deck은 당직사관. 영화에선 함교 당직사관을 의미함.

육군 출신인 황석희 님께선 "육군에선 당직사관이 애들 축구시키라고 잔소리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하셨음…

 

하지만, 해군에서 특히, 함정에서 OOD는 그런 위치가 아님.

함장의 조함권을 이양받아 배를 조함하며, 사실상 함정의 모든 것을 함장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OOD임.

 

그 장면에서 함장은 당직사관에서 조함권을 이양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직사관을 통해 조함을 지시함.



7. Con?

 

Con: Control Room.

전투정보상황실을 의미함. 함형에 따라서 CIC, CCC 등으로 불리는데, 본질적으로는 모두 같은 곳.

번역 할 때는 간략하게 상황실로 번역하면 됨

지통실이란 용어는 육상부대의 상황실을 의미하므로 함정에서는 어색함.



8. Course? Bearing? 항로? 침로?

 

혼동하기 쉬운 용어들이 방위에 관련된 용어인데, 의외로 명확하게 구분됨.

Course는 현재 함정이 가는 방향, 침로라고 번역함. 항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침로 정도로 생각하면 됨.

Bearing는 우리 배로 부터 표적이 있는 방위. 상대방위, 절대방위 개념이 있는데 영화에선 무조건 절대방위만 사용됨



9. 단위는?

 

따로 계산할 필요 없이 원문의 단위를 그대로 쓰는 것이 바람직.

Torpedo in the water bearing 3-3-5 at 600 yards!

라는 대사는

어뢰 탐지됨. 방위 335도 거리 600야드!

정도면 충분함

 

굳이 이 단위를 mks로 변환해서 549미터처럼 쓸 필요 전혀 없음.

보통 해군들이 그런 번역을 보면 '누가 보라고 번역한 거지?'라고 생각함.



10. All ahead flank!

 

양현 앞 전속! 으로 번역했는데, 이 부분은 내 번역이 틀렸음.

단추진 함정이라 양현 같은 개념은 없고… 모터 앞으로 전속 이라는 용어를 사용.

 

아직도 머리 속에 수상함이 훨씬 더 크게 들어있는 내 잘못임. 흙흙



11. Snapshot? 탐색정?

 

영화를 보면서 번역에 있어 좀 아쉬운 부분들이었음.

 

어뢰가 두 발 날아올 때 스파르타 함장님은 "Snapshot Fire!"라고 명령하는데, 이건 그냥 "스냅샷 발사"로 직역하는 것이 맞음.

하지만, 따로 묻지 않으셨고, "긴급 발사"(?) 정도로 번역된 것 같음.

 

앞의 포스팅에서도 간략히 적었듯이, 이 영화에서는 DSRV라는 심해 잠수 구조정을 사용한다.

이 장비는 실제 있었던 장비이고, 화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설명되기 때문에 따로 번역할 필요 없이 DSRV 라고 쓰는 것이 좀 더 맞다고 생각함.

하지만, 이것 역시 따로 물어보시지 않았고, 영화 자막에는 그냥 탐색정(?) 정도로 번역되었음.

 

 

  1. 탐조등으로 모스 부호 보내는 것 [본문으로]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