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도 같았던 [스타워즈] 첫장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세계의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그야말로 범지구적인 흥행 시리즈물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흥행은 조금 부진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 인지도에 비해 정식 발매판의 자막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악명 높은 이미도 씨의 DVD 버전[각주:1]에 비하면 그래도 블루레이 버전은 꽤 나아졌긴 하지만, 여전히 완성도는 상당히 낮다[각주:2].
참고로, MBC에서 상영했던 더빙판을 보면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자막 번역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훌륭함.
1. 베이더 경을 베이더 경이라 부르지 못하옵고
무엇보다 번역에서 거슬리는 부분은 다스 베이더에 대한 호칭.
다스 베이더는 제국군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각주:3].
말하자면 황제 직속 라인 비선실세[각주:4].
이 부분은 대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모두가 그를 Lord Vader라고만 부르지 별도의 직책을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은 베이더 사령관, 베이더 대왕[각주:5], 각하 등등 중구난방이다.
베이더에 대한 호칭은 그냥 직역하면 된다. 베이더 경.
2. 군인 계급/직책
베이더에 대한 호칭 외에도, 군인들의 계급/직책에 대한 번역도 엉망진창이다.
이 쪽은 사실 심각한 수준인 것이, 계급은 현대 미국 계급으로 설정되어 있는데도 개판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스카이워커 사령관.
아무리 이해를 못 하고 번역해도 그렇지, 사령관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에피소드 5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의 계급은 중령(Commander)이다.
이걸 뜬금 없이 사령관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미도 씨 본인이 군에서 영어교육까지 담당했었는데, 대체 뭘 가르쳤나 모르겠다.
그 외에도 Deck Officer를 출입 담당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갑판사관이 맞다... 어휴...
3. 사람/동물/지역 이름
이름 쪽으로 가면 대체 뭐부터 욕해야 될 지 모르는 상황이 펼쳐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람 이름은 죄다 날려먹었다.
베루 숙모, 오웬 삼촌 등은 다 날려먹고 나온다.
톤톤은 그냥 짐승[…]
지역 이름 중엔 제대로 나오는 게 대고바, 앵커헤드, 모스 아이슬리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악마의 입 수준이다...
자바 더 헛은 자바다 헛 또는 자바 헛으로, 랜도 칼리시안은 란도 카로지안으로 개명하는 수준...
4. 번역 자체의 오류들
이것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꽤 보이는 문제.
에피소드 5에서 탈출 준비하며 루크와 의료 드로이드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티 47을 우선 이송하는
특권을 받을 수 있을까요?
라는 대사를 무려 드로이드가 치는 걸로 나온다.
이 드로이드가 골프에 미쳤나 싶은 이 대사는 사실
Sir, it will take quite a while
to evacuate the T-47s.
를 번역이란답시고 한 것이니까 대략...
T-47를 탈출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정도가 맞다.
또, 다스 베이더의 대사 중 아래와 같은 것도 보인다.
파티를 준비해라
정신이 쏙 빠지게 해줘라
카리스마 넘치는 다스 베이더 입에서 나왔을 리가 없는 이 어이 없는 대사는 사실...
Prepare the boarding party,
and set your weapons for stun.
를 번역이란답시고 한 것인데, 제정신으로 번역하면
탑승조를 대기시키고
모든 무기를 기절 모드로 설정하라
라고 번역해야 된다.
5. 근본적 문제: 번역을 한 사람이 한 게 아님
이게 정말 근본적인 문제다.
알려져있기는 이미도 씨 혼자서 번역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용어가 잘못 번역되는 패턴이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건 애교다.
근본적으로 에피소드 5에서만 루크와 한 솔로가 상호 반말[각주:6]로 대화한다.
아무래도 이렇게 된 것에는 아래의 대사 한 줄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That’s right, and my friend’s out in it.
맞았어, 그런데 내 친구가 밖에 있다고
하지만, 레아와 한 솔로는 꾸준히(?) 한 → 레아만 반말을 쓰도록 번역했으니 총체적 난국[각주:7]인 것이다.
즉, 적어도 에피소드 5는 다른 사람이 번역했고, 이름을 건 번역가가 감수를 안 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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