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시계를 10년 전인 2002년으로 돌려보자.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자고… (찬조출연 조사마)
007 영화는 매너리즘이 극에 달해 (엄청난 흥행과는 무관하게)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 때 혜성처럼 나타난 영화가 [본 아이덴티티]였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담백하고 사실감 넘치는 액션은 혁신적이었다.
이후 5개월 뒤[각주:1]에 [어나더데이]가 나왔고 역시 엄청난 흥행을 했지만, 평가는 대단히 부정적[각주:2]이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007 영화 제작진은 차기작 [카지노 로얄](2006)의 방향성을 리얼리티 액션으로 전환[각주:3]했다.
그 결과 대대적인 호평과 더불어 전작들을 완전히 뛰어넘는 5.94억$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본 시리즈는 이후 감독을 폴 그린그래스, 스턴트 감독을 댄 브래들리로 교체하며 3부작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리즈를 완결한지 5년만에 [본 레가시]로 돌아왔다.
전작들에서 각본을 담당했던 토니 길로이가 감독을 맡았고, 스턴트를 주관한 댄 브래들리도 복귀했다.
솔까말, 전작들이 워낙 완성도가 높아 이번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치를 대폭 낮췄음에도 이 영화는 실망스러운 곳이 많았다.
우선, 전작들은 긴장감이 증가되다 액션을 터뜨리는 것이 반복되는 구성이었다.
이러한 구성으로 영화에 대한 몰입감도 높았고, 액션에서 느끼는 시각적 쾌감도 굉장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잠시 하이테크 액션을 보여주다 한참을 쉰 뒤에 마무리 액션으로 넘어간다.
즉,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전형적 구성을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액션은 좋지만, 전작들과 같은 포스는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전작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는 설정이 추가됨으로서 전작들의 아우라마저 흔들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설정의 변경을 대사로 처리함으로써 영화 자체가 지루해지는데 일조한다.
전작들이 충분히 잊혀진 다음에 나왔으면 조금은 더 나은 평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치를 이 이상 더 낮추고 [본] 시리즈를 보긴 힘들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기타 단상들…
1. 티저 포스터에 있던 "There was never just one" 문구는 여러모로 생뚱맞다.
애초에 본 외에도 많은 요원이 있었다.
게다가, 애론 크로스는 시기적으로 본보다 훨씬 이후의 요원이다.
2. 전작들 세 편에서 사실상 같은 프로젝트가 트레드스톤 브랙 브라이어로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거기서 다시 아웃컴 라크스로 계속 이름만 바꿔 등장한다.
식상하기도 할 뿐더러, 무슨 비밀 요원 프로젝트가 계속 쏟아져나오지?
대한민국이냐?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같은 건가?
3. 갑자기 전작에 전혀 없던, 약물로 만들어진 수퍼 스파이 설정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장르는 대체 뭐란 말이냐? (드래곤볼의 선두 같은 걸 끼얹나?)
4. 전작들과의 연결점을 찾는 설정은 꽤 자연스러웠다.
제목 [본 레가시]도 그 면에서만은 나쁘지 않은 제목[각주:4]으로 보인다.
역시 전작들에서 각본을 담당했던 토니 길로이가 돌아온 효과가 있었다.
5.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작들과 연결점을 만들어 끼워맞추려는 티가 좀 많이 난다.
특히, 오프닝 수중씬은 의도도 빤히 보이고, 뭔가 좀 어색했다.
6. 너무 많은 걸 말로 설명한다. 그런데, 그게 여러모로 핑계대는 어린이 느낌이다.
바이러스가 뭐가 어쩌고 저쩌고 등등
7. 아무리 약물 덕분에 IQ가 올라갔다지만, 너무 쉽게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어색하다.
이건 "본의 자아 찾기"와 너무나 방향이 다르다. 그럼에도 제목엔 본이라니…!
8. 전작의 요원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척하는, 요원 티가 안 나는 캐릭터들이었다.
애초에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외모 자체가 액션 스파이의 외모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애론 크로스건, 라크스 #3이건 누가 봐도 액션 스타다. 무슨 비밀요원이 이래?[각주:5]
9. 라크스 #3는 최강이라면서… 응? 최강이잖아? 응? 근데…???!!!
10. 엔딩 장면은 뭐라 할 말이 없다. 무슨 러브 테마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장면에서 Extreme Ways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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