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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영화 [플래시]는 기존 잭 스나이더 세계관으로 불리는 DCEU의 마지막 작품이다.

 

 

주연 배우인 에즈라 밀러의 반복되는 범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개봉을 강행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졌던 영화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 영화는 플래시의 능력을 통한 멀티버스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지금은 MCU 때문에 뇌절까지 가버린 지겹디 지겨운 멀티버스지만 사실 멀티버스의 원조는 DC의 플래시이다.

1961년 작품인 <두 세계의 플래시>가 최초의 멀티버스 작품인 것.

 

Cover of The Flash , vol. 1, #123 (September 1961); art by Carmine Infantino

 

훌륭한 각본

멀티버스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걸작 코믹스 <플래시포인트>[각주:1]가 이번 영화의 기본 줄기이다.

영화화를 위해 상당한 수정이 있었지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점들이 계속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를 조금만 바꿔도 파급효과는 거대하다"라는 기본 줄기를 그대로 차용했다

또한, 배리 모친의 죽음, 어딘가에 갇혀 있는 크립톤인, 또 다른 뱃신과의 만남 등등이 다 그 작품에서 따온 내용들이다.

 

이를 영화화에 적합한 수준으로 변형하고 축소[각주:2]해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각본을 만들었다.

플래시는 이를 통해 역사를 뒤바꾸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느끼고, 개인의 불행사를 감내하는 캐릭터로 한층 성장한다.

 

이 각본을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띈다.

돌아온 배트맨 마이클 키튼 옹은 그야말로 드라마 전체를 하드캐리 하여, 등장할 때마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수퍼걸로 캐스팅된 사샤 카예는 그야말로 크립톤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캐스팅되었을 때 왜 백인이 아닌가로 논란이 있었다는데, 그딴 멍청한 소리를 다 씹어먹을 싱크로율[각주:3]을 보여준다.

 

허접한 CG

이 영화를 감독한 앤디 무시에티는 이 영화의 CG 수준은 의도적이었다고 인터뷰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너무 꿈보다 해몽이고, 뭔가를 대충 덮으려는 느낌만 날 뿐이다.

 

영화 중에 시공간을 넘어가면서 플래시의 머리통만 넘어가는(?) 씬이 나온다.

이 장면은 [배트맨 대 수퍼맨]에서 "로이스예요!" 씬과 비슷한 효과가 적용되어야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음... 텔레토비 햇님처럼 나온다.

 

물론 빛의 색은 다름... 붉은 빛.......


이걸 의도적이라고 한 건... 감금이라도 되어 계신 건가...

이 영화는 분명히 스나이더 버스를 정리하는 영화다.

그런데, 기존 스나이더 버스에서 플래시 능력을 묘사한 장면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준 것이다.

 

얄팍한 의도

이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왔을 때 가장 입맛이 쓴 부분은 여기저기에서 얄팍한 의도가 느껴졌었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 시점으로 보면 제임스 건이 개입하기 전에 촬영이 모두 끝나있었는데[각주:4], 이 때 이미 헨리 카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계약이 되어있지 않으면 영화를 안 찍는 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카빌의 경우 "배제"라고 봐야 맞다고 본다.

우선, 누가 봐도 카빌일 수밖에 없는 수퍼맨이 영화 초반에 화면 속의 화면에 픽셀 9개 정도의 크기로만 등장한다.

플래시가 과거로 간 시점에서의 메인 빌런은 [맨 오브 스틸]의 조드 장군[각주:5]이다.

게다가 조드는 자기 입으로 "칼 엘은 내가 제꼈지"로 사망을 못박아버렸다.

심지어 "후반부의 그 장면"에선 조지 리브스, 크리스토퍼 리브는 물론, 니콜라스 케이지의 수퍼맨도 보여주지만 끝내 카빌은 보여주지 않는다[각주:6].

 

아무도 생각 못할 캐릭터까지 다 꺼내서 작별인사의 기회를 주지만 마치 헨리 카빌은 존재한 적도 없던 것처럼 언급도 안 하는 것이다.

그냥 대놓고 왕따시키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혼을 갈아넣어서 헨리 카빌을 배제시키는 것 같다.

 

배트맨의 경우도 뭔가 입맛이 씁쓸하다.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는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조지 클루니 캐릭터는 왜 보여준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제임스 건 취임 이후 재촬영된 장면인데, 이런 억지 씬을 넣어서까지도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 건지, 질 낮은 농담

을 못 참아서 안달인지 알 수가 없다.

 

원더우먼 역시 마찬가지.

영화 내에서 원더우먼은 그냥 팬서비스를 목적으로 음악 잠깐 틀어주려 나오는 수준이다.

굳이 왜 위험한지도 모를 파란 포션 3개때문에 잠시 나오는...

그런데 여기서 굳이 섹드립을 날린다.

은유적인 섹드립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냥 "S*x"를 언급한다.

 

잭 스나이더가 원더우먼을 처음 선보였을 때는 액션 캐릭터였다.

이점은 초기 원더우먼 코믹스들을 상기해보면 중요한 지점인데, 원더우먼 캐릭터는 성적 판타지를 반영한 그림들이 꽤 있었다.

 

'Wonder Woman' in Sensation Comics #12.

 

시대가 바뀌면서 이러한 부분을 배제해왔고 드디어 잭 스나이더는 "여러 세계에서 괴물들을 조지던" 원더우먼을 표현했다.

 

그런데, 이게 영화 [원더우먼 1984]에서는 무려 여성 감독이 "성범죄자 원더우먼"을 메인 스토리로 표현해버렸었다.

그리고는 그 이슈[각주:7]에 대해 젠킨스 감독이 "떡쳐도 괜찮음. 어차피 그 남자 기억 다 잃었음"으로... 성범죄자 원더우먼 서사를 확실하게 인증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원더우먼 엎에서 치는 대사가 "S*x"라니...

 

[백 투더 퓨쳐], [풋루즈], [탑건]을 언급한 옛날 이야기 역시 어색한 의도가 보였다.

대화의 시작은 [백 투더 퓨처]에서 에릭 스톨즈가 상당 분량 촬영 후에 교체된 실제 상황을 소재로 하는 개그였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풋루즈]가 언급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나름 경쟁사의 작품인) MCU에서 [풋루즈]가 언급됐으니 우리도 하지는 건가...?

여기에 그 경쟁사에서 그 작품을 언급한 감독이 DC스튜디오의 수장이 되었으니[각주:8] 그야말로 혼란하다 혼란해...

 

결언

이 영화는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다.

요즘 MCU 영화들이 "수퍼 히어로 영화인데 히어로가 안 나오는" 어이 없는 영화들만 양산해서 비난을 받고 있는데, 확실한 히어로가 등장하고 이 히어로가 각성하는 흐름까지 모두 훌륭하게 표현된다.

특히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멀티버스에 대한 접근도 MCU에 비해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치[각주:9]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입맛이 씁쓸한 게 뭔가 애매한 영화다.

 

여기에 주연 배우인 에즈라 밀러(플래시1)가 과거에서 또 다른 에즈라(플래시2)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면 누가 누굴 가르치려 드나 싶다.

플래시2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영락 없이 에즈라 밀러 본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체를 숨기는 싸패 플래시1이 안 숨기는 싸패 플래시2에게 "임마. 이러면 들킨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덧. 사샤 카예의 수퍼걸은 어떤 형태로든지 돌아왔으면 좋겠음.

 

 

 

  1. 애니메이션으로도 공개됨 [본문으로]
  2. 원작에선 아쿠아맨과 원더우먼이 정략결혼을 했다가 결국 서로 칼침도 놓고, 원더우먼 측이 변신하지 않은 꼬마 빌리 뱃슨도 죽이고, 유럽 대륙은 침몰시키고... 난리도 아님 [본문으로]
  3. 이 점에선 역시 디즈니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 뫄뫄 작품에서 싱크로율이 바닥이라 관객들이 싫어하는 것을 굳이 인종차별이라 몰고갔음 [본문으로]
  4. 영화의 촬영 기간은 '19.9월부터 '20년 2월까지, 제임스 건의 DC스튜디오 수장 임명은 '22년 11월 [본문으로]
  5. 원작 코믹스의 메인 빌런은 리버스 플래시 [본문으로]
  6. 브랜던 라우스도 보여주지 않지만, 이 캐릭터는 사실상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캐릭터임 [본문으로]
  7. 영혼이 다른 사람이라도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게 옳은가? [본문으로]
  8. 영화의 촬영이 끝난지 1년 9개월 뒤에 합류했음 [본문으로]
  9. 물론 이미 멀티버스에 질려버린 관객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이 보기에도 정신 사납지 않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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