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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기에 앞서

DC 코믹스의 배트맨은 명실상부한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다.
배트맨 솔로무비는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제외) 총 10편이 제작되었다.
이 중 2008년 작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 영화 뿐만 아니라 수퍼 히어로 영화 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받는 걸작이다.

 

완성도와 관객의 평가 모두 압도적이었던 희대의 걸작 [다크 나이트]


이후 벤 애플렉이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 리그] 등에서 배트맨 역을 맡았지만, 이와 연계한 솔로무비 기획은 중단됐고, 맷 리브스가 감독한 [더 배트맨]이 이번에 새롭게 개봉되었다.

 


지금은 그냥 DC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정리됐지만, 이 이름의 기원은 다름 아닌 Detective Comics 였다.
배트맨은 1939년 DC 코믹스의 Detective Comics 27호를 통해 처음 등장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탐정 캐릭터로 시작했다.

이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트맨 캐릭터는 수퍼맨의 절친이면서도 때로는 수퍼맨을 때려눕히기까지 한 능력자가 되었다.

 

"I want you to remember the one man who beat you." (너를 이긴 남자를 기억해) - [다크 나이트 리턴즈]

 

1. 배트맨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

영화 [더 배트맨]은 배트맨 3년차[각주:1]의 이야기를 통해 코믹스에 가까운 기원을 담으려 상당히 노력한 영화다.

나름 경찰들 사이에서 고든 경위와 함께 활동하며 다른 경찰들의 견제 속에서 탐정 노릇을 해낸다.
하지만, 아직은 초짜에 가까워서 배트맨으로서도, 탐정으로서도 애매하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경찰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더 배트맨]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제목 자체가 영화 전체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오로지 배트맨에만 집중한다.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 모든 캐릭터는 배트맨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마중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리들러, 셀리나 카일은 물론 리들러의 추종자들 역시 이 범위 안에 있다.
다들 자신이 배트맨과 왜 더 비슷한지를 얘기하고 배트맨은 이걸 듣고 갈등하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심지어 팔코네의 행동들마저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메인 빌런인 리들러의 캐릭터가 원작의 코드를 잘 살렸음에도 뭔가 뒷심이 부족해 보이는 것 역시 애초에 목적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객에겐 불호가 될 수 밖에 없다. 상영시간은 3시간에 가까운데...

엔딩 장면에서 복수에 푹 빠졌던 배트맨 캐릭터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 사람들을 이끄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더불어 그 장면은 걸작 그래픽 노블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오마주이기도 하고.

 

 

2. 영화에서 추구하는 리얼리티


영화는 전체적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 3부작의 리얼리티와 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추구하는 리얼리티는 관객들이 배트맨 바로 옆에서 배트맨을 보는 듯한 리얼리티다.

 


이 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카 체이싱.
불친절해보일 정도로 카 체이싱 장면을 배트맨(=관객) 눈높이에서만 보여준다.

나는 4DX 관에서 특히 카체이싱을 보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는데, 누군가에겐 같은 이유로 불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3. [다크 나이트]와의 비교?

이 영화는 [다크 나이트]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 영화는 찬란한 걸작이기도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에서 캐릭터 설정에 대한 빌드업이 돼있었다.
즉, 굳이 비교하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배트맨 비긴즈]와 비교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최초의 코믹스에서 다루었던 시니컬한 탐정의 이미지와 복수에 미친 배트맨의 모습이 이 영화의 중심 코드다.
그러면서 더불어 탐정으로서도, 배트맨으로서도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잘 다뤘다.

여담이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보여준 탐정의 모습은 엄청난 기술과 재력을 퍼부은 모습이었고, [더 배트맨]에선 수수께끼를 풀면서 몸으로 때우는 모습이었는데, 이 지점이 두 영화의 서로 다른 지향점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4. 왠지 다스 베이더를 연상하게 하는 음악

검은 옷 뒤집어쓰고,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세계관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한 캐릭터가 있다.

나온지 40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극강의 포스를 자랑하는 그 캐릭터는 다스 베이더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 등장 씬에선 여러모로 Imperial March를 연상하게 하는 음악들을 들려준다.

이게 마이클 치아치노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런 의미가 크게 느껴졌고, 상당히 좋았다.

 

5. 기존 배트맨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

대부분의 배트맨 세계관 영화에서 토머스/마사 웨인은 빈틈없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뭔가 좋지 않아 보이는 과거가 있는데, 특히 영화 쪽[각주:2]에선 새로운 시도였다.

또, 브루스 웨인과 알프레드의 관계 역시 아직은 뭔가 덜 끈끈한 관계인데 이런 점이 특이했다.

 

또, 배트맨이 걸어다닐 때 조용히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발소리를 내고 돌아다닌다.
이 점은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야 될 지 원작 코드의 파괴로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한 부분.

 

6. 차기작 빌런은?

차기작에서 조커를 다룰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단 앞서간 조커들이 너무 많고, 그 중 무려 세 명[각주:3]당시 영화계 전체를 하드캐리하는 미쳐버린 존재감들을 보여줬는데, 벌써 또 다루는 건 과잉 아니냐...
오히려 이번에 빌드업을 충실히 한 펭귄에게 집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 영화까지 마중물만 할 수는 없잖은가....

 

 

덧1. 익스트림 무비의 회원 나비랑 님께서 엄청난 수준의 해설을 올리셨다. 영화 이해의 필수 아이템.

- 리들러의 수수께끼, 말장난 풀이 및 악당들의 실제 모델

- 리들러의 무기, 그림 암호 풀이, 언어, 종교, 수비학 등

- 성서에 기반한 리들러의 범죄 해석, 미로 속의 쥐, 캣우먼의 도움

 

덧2. 영화의 번역은 다행히 박빌런은 아니고, 임태현 님이 번역하고 이규원 님이 감수했다.

그런데, 리들러의 대사처럼 어려운 대사들의 번역은 훌륭하나 오히려 쉬운 표현 쪽에선 꽤 거슬리는 번역들이 보인다.

 

 

  1. 영화에서 배트맨의 독백으로도 설명되듯이 2년간 배트맨으로 활동했는데, 그럼 3년차라고 해야 맞음 [본문으로]
  2. 그래픽 노블에선 이런 작품이 있음 [본문으로]
  3. 잭 니콜슨, 히스 레저, 호아킨 피닉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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