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For Your Eyes Only>는 사실 장편소설이 아니라 5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
이 5편의 제목은 <From A View To A Kill>, <For Your Eyes Only>, <Quantum Of Solace>, <Risico>, <The Hildebrand Rarity> 입니다.
이 중 영화 [유어아이즈온리]에는 <For Your Eyes Only>와 <Risico>의 설정이 차용되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초반부의 석궁을 이용한 복수 장면은 <For Your Eyes Only>의 플롯이고, 크리스타토스와 콜롬보의 관계는 <Risico>의 플롯입니다.
<For Your Eyes Only> 헤르 폰 해머스타인(Herr von Hammerstein)이라는 자가 자메이카인 해블록(Havelock) 부부의 땅을 사려고하다 거절당하자 곤잘레스(Gonzales) 소령을 고용해서 부부를 살해합니다. 이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M은 본드에게 범인을 체포하고 딸인 주디 해블록(Judy Havelock)을 데려오라는 비공식 임무를 지시합니다. 본드는 해머스타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디와 마주치는데, 그녀는 석궁으로 100야드 거리에서 풀에 다이빙하려는 해머스타인의 목을 정확하게 명중시켜 살해합니다. 곧이어 곤잘레스 소령을 포함한 해머스타인의 부하들이 밀려오고 제임스 본드는 이들을 모두 살해합니다.
<Risico> 이탈리아에서 영국 쪽으로 다량의 마약이 수입되자 M은 본드에게 조사를 지시하며 CIA의 정보원인 크리스타토스(Kristatos)를 만나라고 합니다. 그는 엔리코 콜롬보(Enrico Colombo)를 배후로 지목하는데, 본드는 콜롬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잡혀서 그의 배인 콜롬비아(Colombia)호로 끌려갑니다. 콜롬보는 본드에게 진짜 배후는 소련인들의 사주를 받은 크리스타토스라는 얘기를 해주고, 다음날 함께 산타 마리아에 있는 크리스타토스의 기지를 습격합니다. 기지를 초토화시키는 과정에서 크리스타토스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본드에게 살해당합니다.
2. 영화 [유어아이즈온리]의 장점
a. 현실세계의 악당들이 등장함
황당하게 지구정복이나 꿈꾸며 전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안드로메다에 사는 "레고" 2mb 공주님 수준의 바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돈 때문에 마약을 거래하고, 돈 때문에 이간질하는 악당들이 나옵니다.
또한, 본드를 죽이려는 킬러 역시 현실세계에 있는 킬러를 등장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만화같은 설정은 제거했습니다.
오프닝 건 배럴씬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 '나도 본드만큼 강하다고!'
참고로, 앞의 두 편에서 조스 역을 맡았던 리차드 키엘은 한 편 더 나오는 것이 고려되었다가 만화같은 설정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같이 제거(?)되었습니다.
b. 단편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음
플레밍의 소설에 바탕을 두어 원작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특히 전작 [문레이커]처럼 제목만 장편에서 슬쩍 훔친 영화에 비해 단지 단편일 뿐이지만, 장편 못지 않은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c. 블로펠드와 스펙터에게 작별을 고함
스펙터는 초기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인 제임스 본드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3편만 등장해서 적절한 수준을 지켰던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무려 6편이나 등장해서 식상한 악당이 되어버렸고, 한 편으로는 케빈 맥클로리와의 저작권 분쟁까지 겹쳐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스트롬버그가 원래 블로펠드로 구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7편으로 늘어날 뻔 했습니다)
너… 블로펠드지? 오늘 딱 주거써 -.-;;;
이러한 블로펠드를 [유어아이즈온리]에서 제거해버립니다. 그것도 본편이 아닌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제거하는 것으로 가볍게 처리해 맥클로리의 딴죽을 원천차단해버립니다.
d. 특수장비 따위는 안 키움
로터스가 돌아온 줄 알았던 관객들의 뒷통수를 치던 장면…
원래 [골드핑거]에서 본드카가 등장했던 이유는 단지 볼거리를 위해서일뿐, 본드를 탈출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본드를 탈출시키는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서는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화끈하게 자폭하는 볼거리 하나 제공하고 퇴장해버립니다. 대신 본드카(?)로 아무런 비밀무기도 없는 시트로앵 2CV가 등장합니다.
시동이 꺼져서 시민들이 밀어주는 본드카
또한, 절벽에 매달렸을 때 탈출을 위한 비밀장비(?)로 신발끈을 활용하는 등 특수장비를 배제하고도 화려한 액션과 화면을 보여줍니다.
저 파란 끈은 Q 부서에서 제공한 비밀장비가 아닌… 본드의 신발끈이라능~
e. 제임스 본드의 성격을 은근히 잘 묘사함
아무리 로저 무어 경의 이미지가 부드럽더라도 그의 본질은 킬러입니다. 살인을 막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상대를 살려둘 필요가 없을 때는 깔끔하게 제거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무어 본인은 상당히 싫어했지만, 무어표 본드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지은 장면
3. 소설의 설정에서 변형된 내용
a. 소설 <For Your Eyes Only>의 배경이 그리스로 바뀜
007 영화의 전설 중 하나는 미국이 배경인 007 영화는 플롯이 엉성하다는 점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죽느냐사느냐], [뷰투어킬] 3편에서 고르게 보여줬습니다)
소설 <For Your Eyes Only>에서 석궁을 쏘는 장면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리스로 변경되었는데, 이 덕분인지 이 장면은 무척 생동감있게 보입니다.
b. 등장인물의 국적과 함께 이름이 바뀜
소설 <For Your Eyes Only>의 해벌록 가족은 자메이카인 입니다. 본드걸의 이름은 주디(Judy Havelock)였는데, 영화에서는 멜리나 해벌록(Melina Havelock)으로 바뀌었습니다. (멜리나의 어머니가 멜리나를 부를 때 이오나(Iona)라고 부르는 장면도 나오는데, 멜리나, 이오나 모두 그리스 풍 이름입니다)
<Risico> 리즐 바움(Lisl Baum) → 리즐 폰 슐라프 백작부인(Contessa Lisl Von Schlaf) 엔리코 콜롬보(Henrico Columbo) → 밀로스 콜롬보(Milos Columbo)
4. 다른 007 소설에서 가져온 설정들
위의 두 단편 외에도 007 소설의 장면이 등장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소설 <죽느냐사느냐>의 보트에 끌려가는 장면입니다. (영화 [죽느냐사느냐]에서 원작의 거친 느낌이 사라져버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죽느냐사느냐]에서 보여줬어야 할 장면…
또 하나의 장면은 아이덴티그래프(Identigraph)입니다. 이 장비는 소설 <골드핑거>에서 비슷하게 등장했습니다.
그저 부럽기만한 엄청난 제임스 본드의 기억력
5. 영화 [유어아이즈온리]의 단점
a. 무관한 작품을 연결하면서 발생한 괴리감
이렇게 좋은 배경이 있지만, 이 영화엔 사실 아쉬운 단점이 좀 있습니다. 두 작품을 연결하고, 여기에 다른 작품의 장면들과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생긴 괴리감이 그것입니다.
두 개의 임무인 암살에 대한 조사와 ATAC 회수 임무가 연결되는 고리가 왠지 좀 허술합니다. (영화를 보다가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건 제대로 영화를 보신 겁니다 ㅠ.ㅠ)
암살의 뒷돈을 댄 사람의 정보를 Identigraph라는 장비를 통해 확인하는데, 이 장비는 프랑스(Sûreté), 이스라엘(모사드), 미국(CIA), 서독경찰 및 인터폴의 신상자료를 종합해서 신원을 확인하는 실로 엄청난 체계입니다. 그런데, 이 체계에서 나온 정보에 "관련자 명단(Known Associate)"이 없습니다.
전세계 정보기관의 정보를 종합했지만, 관련자 명단은 어디로?
물론, 관련자 명단이 없어야 전개되는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런다고 이 찝찝함이 해소되지는 않는군요. 쩝쩝.
b. 본드가 자기 요원을 죽여도 미소짓는 KGB의 국장
한 팔로 본드를 집어던지는 괴력을 보여주지만, 전혀 만화같지 않은 킬러
에릭 크리글러라는 KGB 킬러가 등장하는데, 이 킬러는 바이애슬론 선수로서 경기 도중 실전을 벌입니다. (사실, 이 부분도 우습긴합니다. 등번호 붙이고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등번호 떼고 살인을 하다니…)
본드는 힘든 결투 끝에 이 크리글러를 죽입니다. 그리고, 곧 나타난 KGB의 수장 고골 장군은 자기 부하가 본드를 쏘려고 하자 정작 본드를 막아줍니다. 그리고는 본드에게 미소를 짓고 떠나버립니다. 물론, 자기 요원의 위치를 확인하는 등의 행위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6.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해블록 부부 살해장면은 원해 프리 타이틀 액션으로 계획되었음 (그래서 멜리나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것임)
My name is Bartle, Joyce Bartle.
포스터에 뒷모습만 등장하는 롱다리의 사진의 주인공은 뉴욕 거주 모델인 조이스 바틀(Joyce Bartle / 당시 22세)임 (이런 것은 도대체 누가 찾아낸 것인지도 신기합니다)
이 포스터 덕분에 캐나다 사스카츄완 주에서는 스페셜 X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17세 이하 관람불가인 미국의 NC-17에 해당되는 등급임. 이 등급은 영화 개봉 후에 다시 완화되었음.
비비 역을 맡은 린 홀리 존슨은 프로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로서 1974년 미국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음
로저 무어 경은 무려 54세라는 나이때문에 제임스 본드 역을 다시 맡는 것을 꺼려했으나, 액수가 알려지지 않은 금액을 받으며 복귀하였음.
대본 작가들은 제임스 본드 역의 배우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여 새로운 제임스 본드와 옛 제임스 본드의 연속성을 확인시키기 위한 장면으로서 아내의 무덤에 가는 장면을 추가하였음.
마지막 부분의 액션이 펼쳐지는 성 시릴은 실제로 메테오라 산에 있는 수도원에서 촬영되었는데, 수도승들이 이 수도원이 폭력의 배경이 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수도원 내외를 지저분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리스 법원까지 가게됨. 결국 법원에서는 내부는 수도사들이 관리하지만 외부는 공공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외부 씬을 겨우 촬영함. (내부는 피터 라몬트가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장입니다)
이 영화에서 리즐 백작부인 역을 맡은 카산드라 해리스는 뒤에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부인인데, 이 영화를 촬영하던 중 결혼했으며, 제작자인 알버트 브로콜리에게 브로스넌을 소개했음
(해리스는 1991년 12월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R.I.P)
제임스 본드 소설을 연재하는 등 본드와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던 잡지 플레이보이는 1980년에 본드걸 심사를 했는데 우승자는 로빈 영이라는 여성이었으며, 꽃집 점원으로 등장함
장례식용 백함꽃을 들고 등장하는 "플레이보이 본드걸"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블로펠드의 대사 일부가 케빈 맥클로리의 딴죽으로 삭제됨. 원래 "I thought we should celebrate the tenth anniversary of our last meeting"(10년만에 다시 만난 것을 축하해야지) 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것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 이후 10년만의 만남이라는 뜻이었음.
또한, 블로펠드를 제거한 것은 스펙터가 없어도 제임스 본드는 잘 살 수 있다는 제작자 브로콜리의 뜻을 표현한 것임
카산드라 해리스(리즐 백작부인 역)의 스턴트 대역은 해변에서 교통사고 장면 촬영중 부상을 입었음
이 장면이 박진감 넘치면서 위험해보이는 이유는 정말로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감독하고 싶어했으며, 브로콜리와 이 건에 대해 실제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음. 하지만, 얼마후 루카스와 함께 [레이더스](1981)를 촬영하면서 이 생각은 취소되었음.
이 영화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엄청난 자금난에서 구해낸 고마운 영화가 되었음. 당시 [천국의 문](1980)의 제작비인 4천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해 사망 직전까지 갔던 UA는 [유어아이즈온리]가 1억 94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덕분에 기사회생하고, 블록버스터로의 방향전환을 결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