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의 가장 큰 적은 비싼 물가다. 식사의 경우 좀 저렴한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지만, 숙박비의 경우 싼 숙박시설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스위스에서 저렴하게 숙박을 하고 싶으면 슈토키 산장(Matratzenlager Stoki)을 찾으면 된다. 1박에 성인 15유로, 어린이 8유로로 우리 가족은 2박을 단 92유로에 해결했다.
이 곳의 장점은 대략 아래와 같다.
- 저렴한 가격 (몽땅 도미토리, 1박에 15유로, 어린이 반값) - 주인 할머니가 전혀 터치를 하지 않음 (아예 옆집에 사심) - 엄청나게 많은 접시, 그릇, 냄비, 쿡탑 (할머니가 그릇 콜렉터라는 루머가… ㅎㅎ)
- 투숙객의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 여행 정보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음 -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아침에 창문만 열면 절경 감상 가능 - (스위스에서 종종 불편을 겪는) 스위스 전용 220V 콘센트 외에 유럽/한국형 콘센트 다수 설치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 위에서 읽었듯이 여긴 도미토리 밖에 없다. 즉, 스위스의 절경을 즐기고 싶은 신혼부부나, 나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는 분이라면… 과감히 패스해야 한다. 게다가, 무선 인터넷과 같은 문명은 전무하다. 인터넷이 없으면 못 사시는 분들 역시 패스해야 한다. 물론, 아침 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참고로,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는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며, 우리나라 사람이 먹을만한 재료들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사서 요리하는 것을 추천.
여길 찾아가려면 일단 라우터브루넨 역에서 시내 반대쪽 방향으로 나와서 냇가를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면 된다. (뭔가 좀 어려운가? 역에서 표지판을 찾아보면 되며, 역무원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면 다 안다)
막상 가보면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참고로, Stoki는 Stokistraße라는 거리 이름에서 온 것이라 표지판에 표시가 잘 되어있다.
주의해야할 점이 2가지 있다. 첫째는, 주인 할머니는 노터치하지만, 투숙객의 대부분이 한국사람인 관계로 밤에 좀 시끄러웠던 경우가 있었나보다. 밤 10시 이후엔 조용히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데, 경찰서에서 붙인 거다. ㄷㄷㄷ
나머지 하나는 체크인이나 예약하러 가는 집… 숙소 옆에 있는 집인데, 보다시피 입구가 2개이고, 오른쪽은 다른 사람이 사는 곳이다. 오른쪽 집에서 초인종 누르면 큰 실례다. 주의해서 왼쪽 초인종을 누르면 된다.
주인 할머니는 깔끔한 성격에 영어도 잘 하셔서 여행객들과 대화하는데 문제는 없다. 단, 아침에 설거지가 잘 되어있지 않거나, 손님 마음대로 자리를 바꾸는 등의 돌출행위를 상당히 싫어한다. (이는 사실, 여기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가 다 그렇다)
우린 묵기 1주일 전에 직접 찾아가서 예약을 했는데, 직접 숙소로 데려가서는 여기를 쓸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때가 되어 다시 가니… 딱 그 자리에 아래와 같은 표시가 되어 있었다. (즉, 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슬쩍 들어오면 할머니의 공격을 받게 된다. ㅎㅎ)
주방은 아래와 같이 생겼는데, 쿡탑이 2개 있고, 냄비도 많아서 밥 짓고 국 끓이는데 아무 문제 없다.
그릇, 접시, 수저, 컵 등은 아래와 같이 잔뜩 있는데, 심지어 퐁뒤 먹을 때 쓰는 포크도 잔뜩 마련되어있다.
그리고, 스위스에선 다른 유럽 국가와는 조금 다른 규격의 콘센트를 사용한다. 아래 사진처럼 생긴 3구인데, 문제는 우리나라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구멍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오면 아래 사진처럼 무려 6개의 유럽/한국형 콘센트가 준비되어있다. ㅎㅎ
문어발이긴 하지만, 죄다 꽂는 건 디카, 핸폰 충전 뿐이라 안전 문제는 없음
실내에 식탁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실외에도 자리가 좀 있어,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간혹, 스위스 사람들이 정말 돈만 밝히고 무뚝뚝하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언제나 표정이 밝으며, 친절하기 짝이 없어 여행 중 도움이 필요할 땐 아무에게나 부담없이 물을 수 있다. 그리고, 돈에 대해 깔끔하고 정직해서 여러모로 "선진국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슈토키 산장 주인 할머니와 영수증을 쓰는데, 영수증에 상세한 가족 내역을 쓰는 칸이 있었다. 이건 뭐냐 물어보니까… 투숙객의 나이에 따라 세금이 다르게 매겨진다면서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적은 뒤 사본을 나에게 줬다.
이걸 돈만 밝히는 무뚝뚝함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치과나 모텔에서 현금 내면 할인해주는 건 정이 많아서란 얘기다.
중앙 하단의 박스가 세금 계산을 위한 칸. 근본부터 정직한 사람들이다!
저렴하고 편안하게 스위스를 즐길 분들께 슈토키 산장을 추천한다!
덧1. 전술했듯이, 슈토키는 거리 이름이다(Stokistraße). 그런데, 할머니의 이름이 스토키(슈토키도 아니고)로 알려져있으며, 방명록에는 서덕희 할머니란 한글 이름도 적혀있다. ㅎㅎ 할머니의 이름은 그레티 그라프-프로이츠(Greti Graf-Feuz)이다. 영수증에 정확히 적힌 이름이 왜 잘못 알려졌는지는…
덧2. 샤워실이 하나가 있고, 세면실이 있는데,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결국, 샤워실이나 침실의 구성을 보면 남녀 공용인 군대식이라 보면 딱 맞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