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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야말로 전쟁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영화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프닝 오마하 해변 상륙 장면


이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가감없이 보여줬으며,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하여 마치 종군기자의 시점으로 전쟁을 보는 듯하게, 생생하게 장면들을 묘사했다.

오프닝의 오마하 해변 상륙장면에서 LCM[각주:1]의 램프[각주:2]가 열리자마자 미군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수많은 전쟁영화들은 이 영화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생하게 전쟁터를 묘사한 영화인 [덩케르크]를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종군기자도 아니고, 아예 참전 군인의 시점으로 전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처음인지라 사실상 거대자본을 투입한 영화 실험에 가깝다.




1. 참전 군인이 느낄 수 있는 전쟁


참전 군인만[각주:3]의 시점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에서는 작전의 이름[각주:4]도, 전장의 상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철수를 돕는 과정에서 바다에 불시착한 뒤 함께 복귀한 공군 파일럿에게


공군은 어디 있었어?


라고 따지는 육군 역시 이런 관점을 보여준다[각주:5].


물론, 이러한 시점은 한 편으론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전쟁터는 이렇듯 다들 부족한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버티는 곳이라는 점을 훌륭하게 묘사한 장면[각주:6]이다.


영화는 세 명의 시선을 교차편집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이 중 잔교에서 볼 수 있는 토미는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으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토미와 그에게 많은 우연을 제공한 깁슨(ㅡ,ㅡ;)의 마지막 역시 전쟁의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냥 모든 것은 운에 좌우된다는 것…


또한, 이러한 시점을 관객에게 그대로 이입시킬 수 있도록 아이맥스를 활용한다.

즉, 아이맥스에 꽉 찬 대부분의 화면은 그냥 관객(군인)이 전쟁터에서 느낄 수 있는 참상 그 자체인 것이다.



2. 믿고 보는 놀란의 교차편집


두어 편[각주:7]의 영화를 제외하면 놀란 감독은 현란한 교차 편집 능력을 보여줘왔다.


그의 이름을 사실상 처음으로 알린 [메멘토]는 아예 교차 편집도 아니고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함으로써 단순한 줄거리를 엄청난 오락거리로 만든 영화였다.

그보다 이전에 저자본으로 만든 [미행]은 주변 소품들의 배치를 봐야 시점을 눈치챌 수 있는 현란한 교차편집을 보여줬다.


[덩케르크]는 각각의 진행 시간대가 살짝 다른 세 명의 시선을 교차편집하여 보여주는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소품들의 상태로 시점을 추측할 수 있다.



3. 영화 느낌의 절반은 음악


이 영화는 대사가 별로 없다.

많은 장면들에서 오로지 화면만으로 줄거리를 진행하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대사가 없는 공백을 음악이 채워주는데, 시계 태엽소리를 샘플링하여 만든 음악은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엄청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누군가는 이 음악을 과잉이라 느낄 수도 있고, 이 부분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4. 1% 아쉬운 자막


대사가 별로 없고, 특히 전장 상황을 설명하는 건 사실상 위넌트 육군 대령(Colonel)볼튼 해군 중령(Commander)이다.

초반에 잠시 등장하는 해군 소장(Rear Admiral)까지 합해도 세 명.


그런데, 이 계급을 완전하게 오역해서 볼튼 사령관[각주:8]을 만들어버렸고, 결국 관객들은 중령이 대령에게 반말 찍찍 까는 자막을 봐야만 했다.


예를 들면, 조석차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봤던


그래서 자넨 육군이고 난 해군인 거지


는 사실은


그래서 대령님은 육군이고 저는 해군인 거죠


라고 읽어야 되는 것이다.



5. 기타 등등


a. 이 영화에 대해 국뽕이라는 비하 표현을 써가며 [국제시장]에 비유하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당시 독일과 함께 2차 대전 전범국가인 일본에게 나라를 뺏겼던 우리 나라에서 나올만한 비아냥은 아닌 것 같음


b. 당시 덩케르크[각주:9] 해안에서 실제 독일군을 본 군인은 별로 없었을 건데, 이를 반영하듯 독일군은 거의 안 나옴

마지막에 베인파리어를 끌고가는 독일군이 다인데, 의도적으로 블러 처리를 해서 아무 것도 안 보임


c. 사실, 오프닝에서 전장 상황의 큰 축을 관객들에게도, 토미에게도 무려 삐라를 통해 설명함

아마도 토미는 그걸 화장지 대용으로 쓴 것 같고


d. 놀란 영화의 지혜로운 영감님[각주:10] 마이클 케인 옹은 전투기 스핏파이어 리더로 목소리로만 출연

사실은 [공군대전략(Battle of Britain)]에서 이미 스핏파이어 리더를 연기하셨더라는…


바쁜 분들은 1:46으로 바로 점프…


  1. 상륙정 [본문으로]
  2. 함수 쪽 출입문 [본문으로]
  3. 정확히 말하면 도슨 씨 일행은 군인이 아님 [본문으로]
  4. 작전명은 '다이나모'. 영화에선 단 한 순간도 언급된 적 없음 [본문으로]
  5. 또한 이 장면은 "공군도 함께 전투를 치뤘는데 비난만 받은" 현실을 위로하는 장면이기도 함 [본문으로]
  6.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체코군을 독인군으로 오해하고 사살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장면 [본문으로]
  7.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선 교차편집이 최소한으로만 사용됨 [본문으로]
  8. 해군 계급을 표현할 때 Commander는 절대 사령관으로 번역되면 안 됨. 중령임. Commander Bond = 본드 중령 [본문으로]
  9. '덩커크'라고 읽어야 맞는데 왜 제목이 덩케르크냐… [본문으로]
  10. 가만, 이 설정 [인터스텔라]에서 깨진 거 아닌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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