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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벌써 12편까지 나온 KOEI의 걸작 게임 <삼국지>

처음 이 게임을 접한 것은 (당연히 불법 복제인) MSX용 <삼국지> 1편[각주:1]이었다.


전설의 시작. <지국삼> 아니, <삼국지> 첫 화면.


그런데, 이런 화면이 동일하게 나온 건 아니었다.

당시 MSX는 국가별 완벽한 호환성이 보장되었지만, 글꼴은 각국어 별로 달랐고, 한국판 MSX에는 일본어 글꼴 대신 한글 글꼴이 들어있었다[각주:2].

대략 아래와 같은 한글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을 출력하기 위해 "추"라는 받침 없는 글꼴을 따로 두었음


그러니, (그러지 않아도 일본어를 읽을 줄도 모르지만) 전혀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MS-DOS용 <삼국지>가 출시되었다!


전설의 변환. IBM-PC용 <지국삼>


일단, 첫 화면의 그래픽은 꽤 달랐다.

그냥 志國三 글꼴만 똑같고, 화면 자체가 달라보였다. 이거 컴퓨터라도 한 대 사달라고 징징거려야 하나…



그런데, 다음 화면으로 가 봤다…

우선, MSX 화면은 이랬고,



MS-DOS용 화면은 이랬다.

이 화면을 보는 순간 뭔가를 눈치챌 수 있었다.

MS-DOS용 삼국지는 MSX용 삼국지의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한 버전일 수도 있다는 점…




다음 화면도 마찬가지. MSX의 장수 선택 화면은 아래와 같고,



MS-DOS용의 화면은 아래와 같았다.



장수가 출력되는 순서, 그래픽 등등 모든 점에서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메인 화면.

MSX용 게임 화면은 아래와 같은데,


좌우의 화면은 한 화면에 나오지 않고, 서로 전환함

MS-DOS용 화면은 이랬다.



주의 지도 및 개수는 물론, 인접한 주의 구성도 동일하다.

우측 정보 화면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나름의 가설을 하나 세우게 되었다.

기본적인 화면의 구성 뿐만 아니라, 저장된 데이터 하나하나의 순서가 다 동일하고, 해당 위치만 찾아내면 영어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


우선 IBM-PC를 사용[각주:3]하는 친구네 집에 가서 <삼국지>를 복사해왔다.


MSX는 MS-DOS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MSX-DOS를 채용했음!


그리고, 고생 끝에[각주:4] MSX용 등장인물의 데이터 위치를 찾아내고, MS-DOS용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장수의 수가 255명이라는 점도 똑같고, 순서도 당연히 똑같았던 것이다! 지화자!


다음으로 한 작업은 간이형 파일 편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MS-DOS용 이름 데이터를 그대로 복붙해서 집어넣는 것이다.


그 다음 작업은 힘들기는 했지만, 진행은 명확했다.

게임에 사용되는 메시지를 하나씩 영어로 번역하는 것.


종종 길이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나만 알아보면 되는 것이고, 적절히 줄이면 되는 거다.


약 한달의 작업 끝에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의 MSX용 영문판 <삼국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덧.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내가 영어화한 버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정작 나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살아있다니, 감동이 밀려온다.

이 블로그에서 발견했으며, 아래 링크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다.


Sangokushi_en.zip


대망의 첫 화면. 저 글꼴을 사용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


  1. 그 당시는 MSX를 사용하던 시절이라 MSX 판을 구했음 [본문으로]
  2. 당시는 유니코드같은 개념 자체가 없던 국제화의 흑역사 시절임 [본문으로]
  3. 지금이야 다 윈도우 쓰는 세상이라 다들 이 환경이지만, 그 땐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음 [본문으로]
  4. 순수한 레벨의 일본어맹 중딩이 이걸 해낸 거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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