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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블로그(ZockrWorld)[각주:1]에서 일부 이미지가 사라져버려, 이미지 복원차 현 블로그로 옮긴 글입니다


가훈: The World Is Not Enough


이 영화의 원작소설 <여왕폐하의 007>은 첫 메이저 007 영화인 [살인번호]의 제작 중에 집필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앞에 집필된 <썬더볼>에 등장시켰던 스펙터(및 블로펠드)와 제임스 본드 간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서로에 대한 원한은 깊어가게 되며, 본드의 캐릭터는 더욱 입체감을 갖게 됩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영화 [여왕폐하의 007]은 이 작품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으며, 이전의 3작품(또는 2작품)에서 너무 눈만 즐거운 007 영화로 변질되었던 것을 다시 원래 기조인 스파이 스릴러로 돌아오려 시도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본드 역을 맡은 조지 래젠비는 션 코너리 경의 오라를 지워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흥행에 실패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인 [두번산다]에 비해 수익이 적기는 했지만, [두번산다]는 이미 [썬더볼]에 비해 수익이 줄었던 상태로 내리막은 시작된 상태였거든요. 게다가 투자금액의 12배가 넘게 벌어들였기 때문에 흥행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지 못했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도 많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 007 영화의 투자금액, 총수익, 투자 대비 수익 및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수익 - https://www.007james.com/ 참고



1. 줄거리

제임스 본드는 블로펠드 제거 작전인 베들램 작전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질책을 받습니다.
본드는 우연히 트레이시라는 여자가 자살하는 것을 막지만, 갑자기 달려든 조폭들에게 끌려가, 최대 규모의 범죄조직인 유니온의 두목 드라코를 만나게 됩니다.
드라코는 트레이시의 아버지인데, 본드에게 딸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결혼을 제의하나, 본드는 결혼을 거절하고 치료를 위해 친구로 지낼 것을 약속합니다.
드라코는 블로펠드의 본거지가 스위스 어딘가에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고, 본드는 추적 끝에 블로펠드가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과 일부 특징을 바꾸고 문장원(College of Arms)을 통해 블뤼빌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서 완전하게 잠적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문장원의 대표인 힐러리 경을 대신해서 블로펠드의 기지에 간 본드는 블로펠드가 생화학무기를 퍼뜨릴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붙잡히지만, 스키를 타고 탈출하며, 탈출 과정에서  트레이시를 만나 함께 탈출에 성공하고 청혼을 합니다.
영국으로 돌아온 본드는 유니온 조직의 도움을 받아 블로펠드의 기지를 초토화시키고 블로펠드를 사살하려 하지만, 블로펠드는 탈출합니다.
임무를 완수한 제임스 본드는 트레이시와 결혼하지만, 신혼여행을 가는 도중에 블로펠드에게 습격을 받고, 이 습격으로 제임스 본드의 아내인 트레이시 본드죽임을 당합니다.


2. 영화화 과정의 난제들

a. 촬영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웠음

이 영화는 제임스 본드 영화 중 최초로 클라이막스 장면의 배경이 설원인 영화입니다.
문제는 당시에는 007 영화를 1년에 한 편씩 찍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촬영 이후에 편집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설원을 배경을 촬영하는 영화를 1년 간격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이러한 이유때문에 영화화가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b. 션 코너리 경의 재계약 거부

전작인 [두번산다]를 촬영하면서 션 코너리 경이 "재계약은 없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덕분에 다음 작품의 선정보다는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것이냐', '계속한다면 배우는 누구로 교체할 것이냐' 등의 고민이 우선되었습니다. 결국 1968년에는 007 영화가 나오지 않았고, 이 영화는 1969년에 개봉됩니다.

코너리의 재계약 거부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정일 뿐입니다!)
    ① 코너리는 스키를 전혀 못타고 오히려 스키를 두려워함   ② 1년에 한 편 촬영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듬


c. 전작과 연계성이 떨어짐

[여왕폐하의 007]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두번산다]의 (전편이 아닌) 속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에서 두 작품의 구성을 보면 이 점은 이 작품의 정체성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아마 [두번산다]의 주연이 코너리만 아니었으면 [두번산다]가 정체불명의 007 외전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3. 흥행부진(?)의 원인

앞에서 적었듯이 이 작품은 흥행면에서는 부진한 영화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흥행 부진이라고 하고, 이미지 구축은 실패했으므로 흥행부진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a. 과장된 액션이 오히려 어설퍼보임

조지 래젠비는 무려 3000:1의 경쟁을 뚫고 본드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그는 군에서 격투기 교관을 지냈고, 스크린테스트에서는 실제로 상대의 코를 부러뜨리는 등 강한 육체적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게다가 감독인 피터 헌트는 이전 007 영화들의 편집을 맡았는데, 당시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액션 장면이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편집하여 영화의 호흡을 빠르게 만들었던 실력파 편집자였습니다.
(당시의 영화들은 편집 기술의 부족으로 액션이 나오면 영화의 흐름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능력을 갖춘 배우가 만나 하던대로만 했어도 충분했을텐데, 액션 부분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하려고 하다보니 과장되어 보이기만 합니다.

팔을 쭉 뻗고 올려치면 액션은 커보이지만… 아파보이지 않는다는 거…



지금의 눈으로 액션을 봐도 액션 자체의 구성은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찍은 액션, 너무 짧게 편집된 화면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 (총소리도 아니고 이건 뭐…) 등으로 인해 마치 초등학생을 액션스타로 만들기 위해 과장한 듯한 느낌이 나서 오히려 제임스 본드가 약하고 어설퍼보입니다.


b. 난무한 언론의 추측 및 과장보도

당시 언론은 래젠비를 자주 코너리와 비교하면서 사소한 꼬투리를 계속 잡으려고 시도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이 부분은 비슷했습니다만, 그는 태연하게 씹어버리고 훌륭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심지어는 배우들 간에 했던 농담마저도 기사의 제목으로 올라가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하루는 트레이시 역을 맡은 다이애나 리그가 키스신을 찍으면서 "나 마늘 먹었는데, 당신도 먹을래요?" 하면서 농담을 했는데, 다음날 신문 제목이 "리그, 래젠비가 싫어 마늘을 먹다" 였을 정도였습니다.


c. 래젠비 스스로 함정을 팜

래젠비는 상당부분의 스키나 액션 장면에서 직접 촬영을 고집했습니다.
좀 더 사실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고집이었지만, 결국 스키 장면을 촬영하면서 팔이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멋지긴 한데… 다 직접 촬영할 필요까진 없다는 거…


제작자들이 대역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가 부상을 입으면 촬영 일정이 지연된다는 점이었는데, 이 초보 배우는 그 점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군인정신… 흠좀무)

시사회장의 리그와 래젠비


게다가, 1970년대가 되면 턱시도를 입고 세계 평화를 지킨답시고 설치는 이 스파이가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배우 캐리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서 추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습니다.
(제작사인 UA에서 그를 싫어했다는 면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 물러날 결정래젠비 스스로가 한 것입니다)

영화의 길이가 너무 길어진 나머지 감독이었던 피터 헌트는 재미있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바로 [여왕폐하의 007]은 결혼식으로 끝내고, 트레이시의 살해장면은 다음 작품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오프닝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두번산다]에서 해결하지 못한 복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래젠비가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무산되어버립니다.


4. 이 영화의 장점

이 글의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는 범작의 수준은 넘는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걸작의 반열에 들 작품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수작이라고 불릴만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있습니다.

a. 최초로 본드의 내면을 보여준 작품

원작 소설에서는 <카지노로얄> - <여왕폐하의 007> - <두번산다>의 연결을 통해서 제임스 본드라는 "인간"의 내면 특히, 여성관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은 판권이 없고, <두번산다>는 희화되었기 때문에 하지 못한 내면을 최초로 제대로 그렸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정말 운이 좋은 배우입니다)


b. 오랜만에 깜찍한 소도구를 배제하고 제대로 만든 스파이 영화

[골드핑거]와 [썬더볼]을 통해 너무 많은 소도구를 등장시켰다가 [두번산다]에선 어줍잖은 소도구만 보여줘서 실망을 줬는데, 이 작품에 와서야 이런 소도구를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블럭버스터 액션/어드벤처의 색깔을 버리고 스파이 스릴러로 돌아왔습니다!

탈출을 위해 호주머니를 뜯어내는 맨손의 마법사 제임스 본드



c. 스파이 활동과 스펙터클 액션의 배치가 적절함

스파이 영화로 돌아왔지만, 스펙터클 액션을 상당수 유지해서 눈은 여전히 즐거운 영화입니다.
특히 설원을 배경으로한 장면들은 지금 봐도 멋집니다.


d. 최초로 스펙터클한 "스키 액션"을 보여준 작품

션 코너리 경이 스키를 타지 못했고, 1년마다 한 편씩 나와야 하는 리듬도 맞춰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본드 영화에서는 스키 액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초로 스펙터클 스키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e. 본드의 액션이 빨라 지루하지 않음

[위기일발] 때와는 달리 [두번산다]의 코너리의 액션은 느리고 밋밋했습니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에서는  액션이 느리거나 밋밋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빨라서 편집한 티가 난다는 것이 문제지요)
[여왕폐하의 007]에서 액션이 어색해보이는 장면이나 음향은 순전히 제작진의 오버가 원인입니다.


f. 본드 주변 인물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움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블로펠드나 드라코, 트레이시의 주요 조연을 캐스팅하면서 연기력이 확인된 배우를 기용했습니다. 그 점은 상대적으로 연기가 미숙한 래젠비를 보완해주는 등 "영화"로서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5.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a. 조지 래젠비는 본드 역에서 잘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함

앞에도 충분히 적었으므로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영화의 평이 좋지 않아 EON에서 래젠비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에서 래젠비가 계약을 질질 끌다가 한 편만 계약하고 끝내버렸습니다.


b. 플레이보이 잡지는 그냥 등장한 것이 아님

흠냐리~ 에겅 좋아라~, <1969년 2월호 Playboy>


이 장면… 그냥 등장한 장면이 아닙니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 중 최초로 플레이보이 지에 연재된 소설이 <여왕폐하의 007>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연재된 것은 <두번산다>입니다)

연재에 대한 예우로 이 장면을 삽입한 것입니다.

다음작인 [다이아몬드 삽질]에서 본드의 플레이보이 클럽 회원증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의 우스꽝스런 패러디일 뿐입니다.


c. 영화화가 가장 많이 지연되었던 작품

이 영화는 최초에 첫 영화로도 구상이 되었습니다.
이언 플레밍이 <썬더볼>을 첫 영화로 생각했다가 맥클로리와 한바탕 법정소송을 벌이면서 다음으로 생각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직 집필되지도 않아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작품으로 밀려났습니다.
(플레밍은 본드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본드와 여자의 관계를 초반에 묘사하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 작품을 고르려고 하는데, 플레이보이 지에서 J. F. 케네디 대통령의 애독서에 관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 중에 <위기일발>이 들어있었습니다. 당연히 차기작은 [위기일발]이 되고, 이 작품은 또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습니다.

다음으로 [골드핑거]의 차기작 즉, 4번째 영화로 예정되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썬더볼]이 제작되고 5번째로 밀렸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터지는 것이죠. 다시 한 번 일정 문제가 발생하면서 [두번산다]에 밀려 6번째 작품이 되고, 연속성의 문제, 캐릭터의 입체성이 몽땅 깨져버리는 상황이 전개되어버립니다.


d. 우리나라에서 제목이 가장 많이 잘못 해석된 작품

최초 극장개봉시 제목은 [007과 여왕]이었습니다. 일본 개봉 제목을 그대로 갖고온 것입니다.



그러다가 비디오/DVD가 나올 때는 [여왕폐하 대작전]이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너무나 안드로메다에 사는 2mb 공주의 수준 번역입니다.
이 영화에는 여왕폐하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원제는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인데, Her Majesty는 물론 여왕폐하라는 뜻입니다.
Secret Service는 비밀요원, 여기선 물론 007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앞에 On이 붙어있으니 [여왕폐하의 비밀요원으로서] 정도가 내용으로 보나 뭘로 보나 정확한 번역입니다.
꼭 직역을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니 약간 의역을 해서 길이를 줄이면 [여왕폐하의 007]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 될 것입니다.



6. 이 외에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간단한 얘기들

  1. 본드가 힐러리 경으로 위장한 모든 장면에서는 힐러리 경을 연기한 조지 베이커가 목소리를 더빙함

  2. 피즈 글로리아(블로펠드의 본거지)에서 사용한 소형 카메라는 미놀타 사에서 만든 실제 카메라임

  3. 드라코의 목소리는 더빙되었음

  4. 블로펠드 역을 맡은 텔리 사발라스는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계약서에 비행기를 탄다는 항목도 없었지만, 매일 피즈 글로리아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음

  5. 피즈 글로리아의 높이는 3km 정도임

  6. M 역의 버나드 리는 결혼식 장면 촬영 중에 말(馬) 때문에 부상을 입었음

  7. 빅 암스트롱이 본드의 스키 대역을 맡았음
    (이 분이 누군지 궁금하시면 인디4 리뷰: 존스 박사와 제작진을 위한 변명을 참고하세요)

  8. 본드 가문의 가훈은 The world is not enough이라 나옴
    (물론 브로스넌 주연으로 영화화될 때 사용한 제목입니다)


7.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

  1. 소설에서는 베들램 작전에 대해 M이 설명하며 본드를 질책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설명은 없고, 작전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질책만 나옴

  2. 소설에서는 <카지노 로얄>에서 죽은 베스퍼 린드의 묘에 매년 간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음
    (당연하겠죠?)

  3. 소설에서는 블뤼빌 가문으로 입적(?)하려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블로샹 가문으로 입적하려 함

  4. 소설에서는 트레이시와 본드는 알프스에서 함께 탈출하며, 이르마 분트가 블로펠드의 애인인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트레이시가 붙잡히고, 블로펠드가 트레이시에게 작업을 검



  1. 원글 작성일시: 2008.05.28 19:4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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