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컴퓨터에서 관리되는 시간은 굉장히 정확하다.
메인보드에는 RTC 칩이 있어 전원을 꺼도 시간은 확인되고, 시간 정보는 수시로 타임 서버와 동기화한다.
코인 배터리로 RTC가 동작되기 때문에 배터리 누액으로 인해 메인보드가 망가질 일도 거의 없다.
OS에서는 타임 서버/RTC의 시간을 시간대와 함께 계산해서 관리해준다.
그런데, 처음부터 시간이 이렇게 정확하게 관리됐던 게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기는 커녕 시간 자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MSX와 연계된 RTC의 기억들은 아래와 같다.
1. MSX
내가 처음 가져본 컴퓨터는 금성전자에서 판매한 FC-30이었는데, 이건 시간 개념이 없던 제품이라 패스.
제대로 시간 개념이 있는 컴퓨터를 처음 가져본 것이 대우전자에서 판매한 MSX 컴퓨터 IQ-1000이었다.
이 기종은 본체에 RTC가 없었다.
따라서, 처음 MSX-DOS를 시동하면 사용자가 시간을 직접 입력했어야 됐고, 전원을 끄면 시간 정보도 사라졌다.
좀 더 웃긴 것은, 외장형 플로피 드라이브를 장착해야만 MSX-DOS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
즉, 그냥 켜면 바로 BASIC이 동작하고 파일을 기록할 방법은 (역시) 외장형 카세트 테이프 밖에 없었다.
2. MSX2
다음으로 산 컴퓨터가 IQ-2000.
국내 출시된 컴퓨터 중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RTC가 장착된 컴퓨터였을 것이다.
어이 없는 점은, 이 RTC의 시간 정보를 MSX-DOS에서 직접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
즉, 부팅 이후 BIOS에서 관리하는 시간과 RTC의 시간이 별도로 존재했다.
당시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RTC의 시간을 읽어 BIOS 시간으로 넘겨주는 프로그램을 기고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해당 컬럼을 검색도 할 수 없고, 팁 형식으로 조그맣게 실어주는 곳이었지만, 초딩에게는 감동의 쓰나미였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구현됐어야 할 기능이다.
한 컴퓨터 내에 2개의 서로 다른 시계가 동기화되지도 않고 돌아간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