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NTSC 방식의) VTR이라는 신기한 기계가 홈비디오 시장을 장악했었다.
예전에 말이야, VTR이란 분이 계셨어… VTR…
이 기계를 이용하면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두 대를 연결하면 복사도 할 수 있었다.
고딩때인가 이소룡 영화에 푹 빠졌고, 급기야는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사서 닳도록 봤다.
그러다가 결국은 [용쟁호투] 등에서 액션 시퀀스만 공테이프에 복사해서 이걸 또 마르고 닳도록 봤다.
어느덧 20여년이 훌쩍 지났고, 세상은 DVD를 넘어 BluRay의 시대가 됐다.
더불어 간편하게 잘라서 붙일 수 있는 세상은 지나가버렸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나는 동영상 편집을 할 일이 생기면 프리웨어로 다 처리한다.
비디오는 AviSynth로 잘라붙이고 효과를 추가한 뒤에 MeGUI로 인코딩한다.
오디오는 delaycut으로 길이를 조절하거나 ffmpeg과 Nero AAC Encoder로 변환한다.
잘라붙이거나 효과를 입혀야 할 때는 PCM WAVE로 변환한 뒤 자작 프로그램들을 돌린다.
자막도 비슷하다.
SAMI나 SSA 등의 자막을 SRT로 변환하고 간단히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작업들을 한 군데 몰아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임 목록과 FPS 정보만 있으면 해당 위치의 비디오/오디오/자막을 잘라붙일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대략 아래와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오디오는 오로지 스테레오 16비트 PCM WAVE만 지원함
한 눈에 봐서도 알 수 있듯이 WAV 오디오와 SRT 자막을 지정하고 프레임 정보를 입력하면 적절하게 잘라붙여주는 툴이다.
혹시나 해서 오디오와 자막은 각각 2개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비디오의 해당 프레임 범위를 잘라붙일 수 있는 AviSynth 스크립트도 만들어준다.
iScissors.zip
이렇게 만든 툴로 제일 처음 잘라붙인 건 20여년 전에 VTR로 했었던 바로 그 작업, [용쟁호투]의 결투 시퀀스 편집이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멋지구리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360도 돌려차기.
시헙에서 진 오하라가 발을 잡자 그 손을 디디고 360도 돌려차기하는 전설적인 장면이 나왔다.
실제 이 장면은 "원화" 선생이 대역으로 촬영함
이 장면은 15년 뒤인 1988년 [청옥불(급동기협)]에서 원표가 오마주한다.
이 영화에서 원표는 아무런 디딤이나 와이어 없이 360도 돌려차기를 시전한다… ㄷㄷㄷㄷ
원표에게 맞는 악당은 바로 그 "원화" 선생이 연기함
근데, 옛날 영화답게 은근히 깨알같은 개그 요소가 많다.
대표적인 게 엑스트라들의 표정관리…
영화에서 자기편이 얻어맞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해맑게 웃는 엑스트라47
이소룡의 액션 지도씬도 은근 개그다.
이소룡이 액션 감독을 겸했기 때문에 벌어진 안습의 상황…
화면 오른쪽에서 액션 지도하는 이소룡과 즐겁게 웃는 한을 볼 수 있음. ㅋ